유럽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독일연방은행이 올가을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1.5%포인트나 상향 조정했다.

"독일 물가상승률도 올 가을엔 10%로 뛴다"
요아힘 나겔 독일연방은행 총재는 20일(현지시간) 독일 언론 라이니쉐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올가을 독일의 물가상승률이 10%가 될 수 있다”며 “1951년 4분기(11%) 후 7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7.5%였다. 지난 3월(7.3%) 이후 5개월째 7%대 물가상승률을 나타냈다. 영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1%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했다.

독일은 올겨울 에너지 공급난을 걱정하고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업체인 가스프롬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사흘간 독일과 이어진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을 폐쇄하기로 했다. 그 이후엔 하루 최대 3300만㎥의 가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공급 능력(1억6700만㎥)의 20% 수준에 불과한 양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로 쓰이는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12월물) 가격은 지난 19일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h당 265.585유로를 기록했다. 이날에만 가격이 6% 올랐다. 독일은 전력 공급가 올리기에 나섰다. 독일 기업이 공급받는 전력 가격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37.2% 올랐다. 독일 통계청이 전력 가격을 집계한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는 바람에 제조업·에너지기업의 수상 운송도 타격을 입었다.

나겔 총재는 “내년에도 물가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물류 문제가 나타나고 에너지위기가 커지면서 내년 가을 경기 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 독일의 물가상승률은 6%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내놓은 전망치(4.5%)보다 1.5%포인트 높다.

나겔 총재는 “높은 물가상승률엔 추가 금리 인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4년 2%대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 달성이 아주 불확실해졌다”고 지적했다. ECB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05%포인트 올려 마이너스이던 기준금리(연 -0.5%)를 0%로 만들었다. 2011년 이후 11년 만에 첫 금리 인상이었다. ECB는 다음달 8일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