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1일 정책기획수석비서관직을 신설하는 등 직제 및 인적 개편을 발표했다. 이날 새로 임명된 이관섭 정책기획수석(왼쪽부터),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대통령실이 21일 정책기획수석비서관직을 신설하는 등 직제 및 인적 개편을 발표했다. 이날 새로 임명된 이관섭 정책기획수석(왼쪽부터),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나라의 큰 결정을 할 때도 작은 생선을 구울 때처럼 섬세하고 신중한 자세로 보겠다.” (이관섭 신임 정책기획수석)

“보다 낮은 자세로 국민의 기대와 바람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달하겠다.” (김은혜 신임 홍보수석)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에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하고,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명했다. 홍보수석엔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을 발탁했다. 국가안보실 2차장엔 임종득 전 수도군단 부군단장(소장)을 임명했다.

정부 출범 104일 만에 첫 인적 쇄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 같은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104일 만에 나온 첫 인적 쇄신이다.

이관섭 신임 정책기획수석은 정통 관료 출신(행시 27기)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산업정책실장, 차관 등을 거쳐 2016년 공직에서 물러났다.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재직 시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다가 임기를 절반 이상 남겨둔 2018년 초 자진 사퇴했다. 김 실장은 “국정 전반에 대해 기획조정 및 조율 능력 외에도 정무 감각까지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분”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 정책기획수석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고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정부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MBC 기자 출신인 김은혜 신임 홍보수석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각각 대변인과 공보단장을 맡으며 언론 소통 능력을 검증받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대변인으로 일하다가 지방선거에 뛰어들었다. 지난 6월 경기지사 선거에선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접전 끝에 0.15%포인트 차로 패한 뒤 독일에 머물러 왔다. 윤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최근 귀국했다.

김 실장은 “홍보와 언론 분야 최고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과제를 국민과 언론에 제대로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김 홍보수석은 “정부에 대한 언론인들의 평가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부족한 부분은 언제든지 꾸짖어 달라”고 말했다. 이날 인사로 최영범 전 홍보수석은 ‘대외협력특보’로 이동해 국정 홍보 업무를 측면 지원하기로 했다. 보직 이동이 예상됐던 강인선 대변인은 유임됐다.

낮은 지지율에도 ‘소폭 인사’

임종득 안보실 2차장은 육사(42기) 출신으로 합동참모본부 비서실장, 육군 17사단장 등을 역임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국방비서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국방 정책과 군사전략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에서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짚어보고 있다”며 인적 쇄신을 시사한 지 나흘 만에 발표됐다. 만 5세 취학 학제 개편 등 주요 정책에 혼선이 잇따르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참모진의 인적 쇄신으로 이어졌다. 당초 거론된 비서실 전면 쇄신 요구에 비하면 ‘소폭 쇄신’이라는 평가다.

이날 인선에도 대통령실 안팎에선 “대통령 참모진에 관료와 검찰 출신이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옛 친이(친이명박)계 등 일부가 인사 라인을 독점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 실장은 “이번 인사는 비서실을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며 문책성 인사는 아니다”며 “비서실 쇄신은 앞으로 5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