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현 제이비에이치 대표가 충남 아산 본사 공장에서 투명 연성동박적층 필름을 활용한 옥외형 LED 광고판을 보여주고 있다. 강태우 기자
조봉현 제이비에이치 대표가 충남 아산 본사 공장에서 투명 연성동박적층 필름을 활용한 옥외형 LED 광고판을 보여주고 있다. 강태우 기자
PET(페트) 필름은 산업 전반에 걸쳐 흔하게 사용하는 산업용 소재 중 하나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비롯해 계기판과 투명 안테나 등 자동차 전장 부품 소재 등으로 쓰인다.

최근 들어 옥외광고 시장에서도 유리나 단단한 재질의 PC(폴리카보네이트)가 아닌 PET 필름을 이용한 LED(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소재를 사용하는 추세다. 유리나 PC 소재에 비해 설치 비용이 저렴하고 제조 공정이 복잡하지 않아서다.

PET 필름의 단점도 있다. 일정 크기의 필름에 전극 회로와 LED 칩을 넣을 때 열이 발생하는데 PET는 열에 쉽게 변형된다. 이 때문에 80도 이하의 저온 솔더링(납땜) 공법으로 제조해야 한다. 솔더링 공법으로 제조한 제품도 온도 변화가 심한 야외에서 둘 경우 밀착력이 떨어져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된 디스플레이 구현이 어렵다.

충남의 한 기업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응용 소재를 개발했다. 아산의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기업인 제이비에이치(대표 조봉현)는 국내 최초로 고분자 유기화합물인 투명 폴리이미드(polyimide·PI) 소재를 이용한 투명 PI FCCL(연성동박적층필름)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PI는 가벼운 데다 유연성이 좋아 반도체, 디스플레이, 메모리, 태양전지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산업 소재로 쓰인다. 내화학성, 내후성, 내열성, 절연성이 뛰어난 전기적 특성을 지니지만 불투명 소재여서 제품 내부의 연성 회로 기판으로 사용된다.

국내 대기업과 해외 유수 기업들이 투명한 재질의 PI를 개발했지만 상용화되진 않았다. 투명 PI에 각종 회로와 소자를 접합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투명 폴리이미드(polyimide·PI) 소재를 이용한 FCCL(연성동박적층필름)
투명 폴리이미드(polyimide·PI) 소재를 이용한 FCCL(연성동박적층필름)
이 회사는 진공 증착 공정인 스퍼터링(sputtering) 및 플라즈마 표면처리 기술을 적용해 투명 PI FCCL을 제조한다. 이 소재를 만들기 위해선 투명 PI에 회로 역할을 하는 나노 단위의 동박을 입히는 공정이 필수다. 두 재료를 완벽히 붙이기 위해 이온빔을 사용해 일정 속도와 강도로 표면을 거칠게 만드는 기술이 핵심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투명 PI FCCL를 활용하면 자동차용 투명 안테나, 옥외형 투명 LED, VR·AR(가상·증강현실) 시야 확보용 기판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같은 투명 필름이지만 PET 소재보다 열에 강하고, 강도가 높기 때문에 향후 적용 분야가 다양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회사는 오는 10월까지 국내 기판 제조회사와 테스트 작업을 거친 뒤 내년 상반기 옥외광고형 투명 PI FCCL를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종합상사 루미텍(대표 장용순)과 협업해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시장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조봉현 대표는 “투명 PI FCCL은 기존 산업군에서 사용 중인 PET 필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데다 투명한 재질이기 때문에 적용 분야가 많다”며 “다양한 환경에서 성능을 인정받아 국내는 물론 해외로 거래처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