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 인근 성매매집결지에 있던 성매매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문화 공간 ‘기억공간 잇-다’가 22일 문을 열었다.

수원시는 이날 팔달구 덕영대로895번길 9-14 현지에서 ‘기억공간 잇-다’ 개관식을 열고 첫 기획전 ‘집결지의 기억, 도시의 미래를 잇다’를 시작했다.

성매매업소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시민 문화공간이다. 수원시는 지난해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 중심을 가로지르는 폭 6m, 길이 163m 규모 소방도로를 개설했다. 2021년 5월 31일 모든 성매매업소가 자진 폐쇄한 후 도로 개설구간 내 잔여지에 있던 성매매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기억공간 잇-다’를 조성했다.

기억공간 잇-다는 연면적 84.23㎡, 단층 건물로 전시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기억공간 잇-다’라는 이름에는 60여 년 동안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된 장소였던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를 시민들과 이어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10월 21일까지 열리는 첫 번째 기획전 ‘집결지의 기억, 도시의 미래를 잇다’는 수원역성매매집결지 형성,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아카이브가 전시된다.

1900년부터 2022년까지 집결지 형성·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근대도시 수원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의 변천 과정’과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폐쇄, 변화의 흐름’, ‘집결지를 기억하는 사람들’, ‘미래를 향한 기록’, ‘기억을 함께 잇는 방법’ 등 5개 주제로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개관식에서 “‘기억공간 잇-다’가 성평등 도시 수원을 상징하는 공간이자, 지역주민의 문화거점, 편안한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매매 집결지가 문화 공간으로

수원시는 전임 염태영 시장(현 경기도 경제부지사) 시절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추진했다. 경찰, 시민단체, 주민과 협력해 정비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게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 설립된 가로정비추진단 직원들은 업소 업주에게 끊임없이 항의와 협박을 받고, 욕설을 들으면서도 직원들은 업주들과 토지주(건물주)들을 끝까지 설득했다.

결국 도로 폭이 2m 내외에 불과했던 집결지 내에 소방도로를 개설하는 성과를 거뒀다. 토지 24필지, 지장물 14개 동 등에 대해 강제수용·명도소송 절차 없이 2020년 11월 보상 협의를 마무리했다.

수원시 여성정책과도 성매매피해자의 자활에 힘을 보탰다. 수원시의회는 2019년 12월 ‘수원시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2000년 8월부터 ‘성매매피해자 현장상담소’를 개소해 피해자들을 지원했다.

수원서부경찰서는 2021년 3월 성매매집결지 일원 2만 364㎡를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했다. 전국에서 성매매집결지였던 지역이 ‘여성안심구역’으로 지정된 건 처음이었다.

당시 염태영 시장과 김원준 전 경기남부경찰청장 집결지를 점검해 업주들로부터 자진폐쇄라는 약속을 듣기도 했다. 마침내 2021년 5월말 ‘성매매집결지 자진 폐쇄’라는 성과를 거뒀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