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뿔공룡 화석' 천연기념물 된다
1억 년 전 한국 땅은 ‘공룡들의 낙원’이었다. 기후는 따뜻했고, 곳곳에는 미국 오대호에 버금가는 크기의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호수 근처에서는 동식물이 번성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먹이를 많이 먹어야 하는 공룡이 살기엔 최적의 환경이었다. 수많은 공룡이 남긴 발자국 덕분에 한국은 세계적인 ‘발자국 화석의 성지’가 됐다.

하지만 공룡 뼈 화석은 국내에서 잘 발견되지 않는다. 동물의 뼈가 화석이 되려면 미생물이 분해하기 전 홍수·산사태 등으로 갑자기 땅에 묻혀야 한다. 하지만 당시 한반도에는 그런 재난이 드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08년 경기 화성에서 거의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화성 뿔공룡(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골격 화석’이 귀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문화재청은 22일 화성 뿔공룡 골격 화석(사진)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학명인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는 ‘화성에서 발견된 한국 뿔공룡’이란 뜻이다. 화석은 2008년 화성시 공무원이 전곡항 방조제 주변을 청소하다가 발견했다. 엉덩이뼈와 꼬리뼈, 양쪽 아래 다리뼈, 발뼈 등 하반신의 모든 뼈가 제자리에 있어 거의 완전한 형태를 갖춘 게 특징이다.

이 화석은 고생물학자인 이융남 서울대 교수의 후속 연구를 통해 한국에서 처음 발견된 새로운 종류의 각룡(뿔 달린 공룡)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학계에서도 연구 결과를 공인했다. 학명에 한국을 의미하는 ‘코리아’가 붙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공룡의 생전 몸길이는 약 2.3m. 골격으로 미뤄보면 두 발로 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해당 공룡이 죽었을 때 나이가 여덟 살가량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인 공룡이 20~30년쯤 살았다는 연구 결과를 감안하면 다소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다.

문화재청은 화석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국내에서 발견된 거의 유일한 공룡 골격 화석이고 보존 상태가 좋다”며 “국제적으로 신종이라고 인정받은 ‘국가대표 공룡 화석’이라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때까지 공룡 발자국 화석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적은 있지만, 골격 화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