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학교 경제 수업이 어려운 이유
초·중·고교 여름방학 막바지였던 지난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3층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경제 공부’ 열기로 뜨거웠다. 어린이·청소년 경제신문인 ‘주니어 생글생글’ 독자를 대상으로 사흘간 연 여름방학 경제캠프에 참석자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뿐 아니라 대전, 부산, 광주, 심지어 제주에서 올라 온 참가자도 있었다. 이미 개학해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참석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제조회사, 은행,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직접 경제와 금융에 대한 강의를 듣고, 질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더 관심이 컸을 것이다.

아이들의 경제 지능을 키우고, 문해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주니어 생글생글’을 창간한 지 6개월이 됐다. 그동안 매주 신문을 제작하고, 어린이 기자단을 뽑아 운영하고, 경제캠프 등 각종 행사를 치르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우선 경제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가 확실히 커졌다. 관심의 폭도 달라졌다. 예전엔 ‘돼지 저금통’이 경제·금융 교육의 상징이었다. 아빠 구두를 닦고 용돈을 받으면 빨간 돼지 저금통에 넣고 흔들어 보며 뿌듯해했다. 지금도 저축은 금융 교육의 기초다. 다만 금리를 이해하는 아이들은 저금통 대신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든다. 기업 활동과 주식 개념을 공부한 친구들은 부모와 함께 증권 계좌를 만들어 주식투자도 한다.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안 갚을 수도 있는데 은행은 뭘 믿고 돈을 빌려주나요?” “펀드에 손실이 나도 펀드매니저에게 수수료를 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요즘 초등학생들이다.

경제 공부에는 관심이 커지는데, 교육 현장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경제는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교사들은 “혹시나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나올까 봐 경제를 가르치기 두렵다”고 말한다.

2020년 기획재정부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 사회과 교사의 약 80%는 경제교육 수업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학생들도 경제 공부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수능 선택과목에서의 선택 비율은 1%대에 그친다.

경제 교과서가 실생활과 먼 경제학 이론 중심이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초·중등 교육과정에 ‘사회생활’ 과목이 생긴 이후, 사회과목의 단원 또는 별도 과목으로 ‘경제’를 가르쳐 왔다. 시대상을 반영해 1960~1970년대엔 경제개발계획이, 1980년대엔 경제발전 성과가 강조됐다. 소비와 자산관리 등 실생활 관련 내용이 포함된 ‘생활경제’가 고교 선택 과목으로 등장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였다. 그러나 ‘경제’ 과목은 여전히 ‘경제학’ 이론을 쉽게 가르치는 정도다.

지난해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선 ‘금융과 경제생활’이란 과목이 신설됐다. 그러나 수능과 거리가 먼 융합선택 과목이라 제대로 가르쳐질지 의문이란 얘기가 벌써 나온다. ‘경제학’ 이론은 전공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선택하게 하더라도, 실용적인 경제·금융지식은 모두가 어려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학생 기자단을 운영해보니, 체험하며 배우는 것만큼 확실한 학습법은 없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실제가 이론으로 설명될 때 학습 효과가 커진다. 프랑스인들에게 ‘쇼핑’이란 코드는 ‘자신의 문화 배우기’라고 한다. 엄마와 딸이 함께하는 쇼핑이 음식이나 패션 등 ‘문화를 가르치는 학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쇼핑은 누구에게나 ‘경제를 가르치는 학교’가 될 수 있다.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고 소비하는 행위가 경제활동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학교 경제교육 역시 딱딱한 교과서에만 머물지 말고, 생활 현장과 연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경제 지식은 살면서 ‘합리적 선택’을 하는 데 필요한 기본 소양이다. 경제 공부가 어려워야 할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