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는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긴축 우려 속에 하락했다. 세계적인 미국 달러의 초강세 속에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 증시에 미치는 여파도 적지 않다. 최근 국내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들이 다시 짐을 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美 증시 잭슨홀 경계 속 하락

뉴욕증시는 이번 주 예정된 잭슨홀 회의를 앞두고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긴축 우려가 강화되며 하락했다. 22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643.13포인트(1.91%) 하락한 3만3063.61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90.49포인트(2.14%) 떨어진 4137.99에 장을 끝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323.64포인트(2.55%) 밀린 1만2381.57로 장을 마감했다.

파월 의장은 오는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경제 전망'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시장은 그동안 9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기대해왔으나, 일부 연준 당국자들이 여전히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연준의 공격적 긴축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S&P500지수내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다. 임의소비재와 통신, 기술, 금융 관련주가 2% 이상 떨어졌다. '밈 주식'으로 이달 급등세를 보였던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의 주가는 라이언 코헨 게임스톱 회장의 주식 매각 소식 이후 지난 금요일 40% 이상 폭락한 이후 이날도 16% 이상 하락했다. 테슬라 주가는 회사가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가격을 25% 인상한다고 밝혔음에도 2% 이상 하락했다. 포드 주가는 미국에서 2014년 픽업트럭 전복사고로 사망한 부부의 유족에게 17억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3% 이상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단기 랠리 피로감이 누적되고 실적시즌 종료에 따른 모멘텀 부재 국면에 진입한 영향이 반영됐다"며 "특히 잭슨홀 미팅 경계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글로벌 강달러 재개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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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달러화 강세 여파로 기술주 중심으로 하락한 점은 23일 한국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격적인 Fed의 매파적 발언 우려 속에 반도체 종목이 크게 하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72% 하락하고 중소형지수인 러셀2000지수도 2.13% 하락하는 등 심리적인 부담이 확대된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MSCI 한국 지수 ETF는 1.90% 하락했다. MSCI 신흥 지수 ETF도 0.88% 떨어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343.14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환율은 2원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스피는 0.7%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 연구원은 "러시아의 대 유럽 천연가스 공급 중단 이슈는 전일 한국 증시에 영향을 줬던 점을 감안하면,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도 지속되고 있었던 외국인 순매수가 현재 환율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상승 시 순매도로 전환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다만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매력(22일 기준, 12개월 후행 PBR 0.97배)은 유효하기 때문에 조정 압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유로화 가치 20년 만에 최저로 추락

세계적인 미국 달러의 초강세 속에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외환시장에 따르면 유로화는 장중 전장보다 1.1% 떨어진 유로당 0.9928달러에 거래돼 2002년 이후 20년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이로써 유로화는 지난달 7월13일 기록했던 20년만의 최저치인 0.0952달러를 하회하며 재차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영국과 독일의 물가 쇼크에 따라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는 1년전보다 10.1% 올라 40년만에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독일의 7월 생산자물가는 37.2% 폭등해 1949년 통계집계 개시 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여기다 500년만에 최악의 가뭄과 천연가스 가격 폭등 등도 유로화 약세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 러, 공급 중단예고에 유럽 가스값 1년 전보다 1000%↑…유가 하락에 사우디, 감산 가능성 언급

러시아가 이달 말 일시적으로 유럽행 가스관을 아예 걸어 잠그겠다고 예고하면서 유럽 시장에서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너지 선물시장에서 9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 가격은 장중 1메가와트시(MWh)당 전 거래일보다 20.6% 뛴 295유로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다음 달 인도분 가스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초 300유로를 찍었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기록했던 26유로에 비하면 1000% 이상 뛴 수준이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최근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유지보수를 위해 이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오는 31일부터 내달 2일까지 3일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정비가 완료되고 기술적 문제가 없으면 기존처럼 가스관 용량의 20%인 하루 3300만㎥의 가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표 이후 유럽행 가스공급이 아예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19일에 이어 이날까지 계속 급등세를 이어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을 제재해온 유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한편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이유로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극심한 시장 변동성과 유동성 축소로 향후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둘아지즈 장관은 "최근 원유 선물 가격이 기본적인 수요와 공급에 대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좋지 않은 변동성이 시장을 교란하고 원유 가격 안정성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 한은 8월 기대인플레 4.3%…8개월 만에 하락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전 달 보다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7월(4.7%)보다 0.4%포인트 내린 4.3%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하락한 것은 2021년 12월(0.1%포인트 하락) 이후 처음이다.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글로벌 물가 흐름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물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정부 발표 등이 소비자 심리에 영향을 준 듯하다"며 "최근 유가 등이 소폭 하락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1개월 전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5월부터 석 달 연속 하락하던 CCSI는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지만, 소비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