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한 여행사가 우크라이나의 전쟁터를 둘러보는 관광 상품을 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행사 '비짓 우크라이나(Visit Ukraine)'는 지난 7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의 도시를 둘러보는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해당 관광 상품은 1인당 50유로(한화 6만 6000원)로 러시아군에 의해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등 여러 장소를 둘러보게 된다. 참여자는 폐허 속 불에 탄 군용장비와 폭탄 잔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여행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150건 이상의 예약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15건은 미국인 예약이다.

참여자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공습의 위험에 대비해 투어 전 가이드에게 긴급 대피 요령 등을 교육받는다. 투어그룹은 10명 이하의 인원으로 구성된다. 투어 시간은 3~4시간 소요된다.

안톤 타라넨코 비짓 우크라이나 대표는 "우리 투어는 사망, 재난, 파괴의 장소로 방문객들이 몰리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과는 다르다"며 "이 투어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 정신을 보여주며, 전쟁 중에도 삶은 지속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기회"라고 설명했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 학살 등의 잔혹한 참상이나 재난 및 재해가 발생한 공간을 둘러보는 관광을 의미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 투어, 아우슈비츠 수용소 투어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의 사례로 꼽힌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해 여행경보 4단계인 여행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우크라이나 여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회사 대표는 "파괴된 도시와 저항하는 사람들을 보기 원한다면 꼭 방문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회복되고 있고, 사람들은 도시로 돌아오고 있다. 키이우는 이제 방문하기 쉽고 안전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여행사는 투어의 수익을 전쟁 난민 지원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 관광 상품은 정부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아나 올레스키브 우크라이나 관광개발청 위원장은 "현재는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전쟁이 끝났을 때 사람들을 우크라이나로 초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