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1시 신도시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1시 신도시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 제공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으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치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념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김 지사의 '공약 파기' 주장 관련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부가 오는 2024년까지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종합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사실상의 대선 공약 파기"라고 주장하며 "정부와 별개로 경기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원 장관은 이날 "경기지사는 신도시 재정비에 대한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도시정비 기본계획 수립과 지구지정, 안전진단 실시, 조합설립·사업계획 인가, 준공 처리 등이 모두 (도지사가 아닌) 시장의 전적인 권한인데 뭘 하겠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주민들이 정책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틈타서 정치적으로 공약 파기로 몰고 가고 경기도가 해주겠다고 하는데 무지하고 무책임한 정치적인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원 장관은 "안 그래도 여러 걱정거리가 많은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정치 그렇게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 장관은 "정치적으로 발언했다면 유감이고, 잘 몰라서 마음만 먹으면 빨리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혼란을 주고 얄팍한 이익을 누리려 하지 말고 국토부가 5개 시와 추진하는 것을 잘 지켜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270만 가구 주택 공급 대책에서 오는 2024년까지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는 2024년이면 총선거를 앞두고 계획을 발표하려는 것 같은데, 주민들을 총선 볼모로 잡겠다는 것이냐”, “대선 주요 공약인 것처럼 하더니 이번 정부에서 재건축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게 일자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신도시 같은 도시 재창조 수준의 마스터플랜은 5년 이상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마스터플랜 수립에 1년6개월 정도 소요되는 게 물리적으로 가장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최대한 앞당긴 일정이 오는 2024년”이라며 “이 일정대로 종합 발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