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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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공개된 법원 제출 자필 탄원서에서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비상상황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비상선포권은 당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지울 수 없는 위협으로 남아 정당을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 '신군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지 않을 경우의 상황을 '신군부 체제'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이름을 탄원서에서 직접 거론, 당의 비대위 체제 전환 과정에 배후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는 것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그들이 주도한 이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의 판단으로 바로 잡아진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일련의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민심이 여론조사를 통해 누차 전달되고 있다"면서 "당원과 국민의 마음은 절차적 하자 치유라는 법적용어를 그들이 아무리 되뇐다 하더라도 완전하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부터 당 대표직을 자진 사임하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절대자와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 대표직에서 12월까지 물러나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절차와 경찰 수사 절차를 잘 정리하고 대통령 특사로 몇 군데 다녀올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바가 있다"며 "지금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며칠 간격으로 간헐적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여러 다른 주체들에게서 듣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우 모멸적이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한마디로 거절했다"며 "그 제안을 거절한 이후로 발생하는 일련의 내분 상황이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던 적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경과는 그렇지 못하다"고 남겼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 내용이 한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페이스북에 약 20분 간격으로 세 글을 연달아 올리며 누군가 의도적으로 탄원서를 유출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도 넘었다, 격앙' 기사를 내려고 법원에 낸 자필 편지를 유출하고 '셀프 격앙'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기록은 채무자 측 대리인이 열람 가능하고, 그걸 캡처해서 본인들이 유출한 게 아닌 것처럼 PDF 파일을 만들어 언론인들에게 돌리고 있다"며 "PDF에는 'Metadata(데이터에 관한 구조화된 데이터. 다른 데이터를 설명해 주는 데이터)'라는 것이 있는데, 까보니까 10시 59분 49초에 누군가가 MacOS에서 PDF로 뽑아냈다, '열람용'이라고 뒤에 나오는 것 보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아래에 누가 열람했는지 잘라내고, 19일에 제출한 편지를 22일에 송달받아 23일에 언론에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추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자기들이 '열람용'까지 찍힌 걸 셀프 유출해 놓고 셀프 격앙하는 걸 보니 가처분 결과에 부담이 많이 가는가 보다"라며 "원본이라며 밝기를 최대로 올려서 '열람용'이 안 보이는 것처럼 사진이 올라왔는데, 네거티브 반전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열람용' 글자가 있다"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