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인터뷰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
“건설이 철강 수요의 50% 이상…상승하려면 경기 회복돼야”
”POSCO홀딩스, 배당투자 콘셉트의 장기보유 전략 유효”
“중소형 철강주, 이익 감소 구간에선 리스크 커”


“최근 에너지용 강관을 만드는 기업들의 주가 퍼포먼스가 좋았지만, 전체 철강 시장에서는 작은 부분입니다. 결국 철강주가 상승하려면 중국의 경기가 좋아져야 해요.”

최근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면서 에너지용 강관을 만드는 기업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에서 철강주가 주목받았지만,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경 마켓PRO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경기 호황기까지 길게 보고 투자하는 전략은 유효할 수 있지만, 빠르고 강한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 부양책, 철강업황 되돌리기에는 역부족”

변 연구원이 철강업종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망하는 배경은 중국 건설 경기 침체다. 그는 “글로벌 철강 수요의 50% 이상이 건설업이고, 지역적으로는 중국이 전체 철강 생산·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정도”라며 “산업으로는 건설업이, 지역적으로는 중국이 각각 철강시장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요 원자재들은 뉴욕상업거래소, 시카고상품거래소,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된 가격이 국제 표준 가격으로 사용되지만, 철강재의 경우 중국 내수·수출 가격이 업황을 판단하는 지표로 쓰인다.

최근 중국 정부가 대출우대금리(LPR)와 지급준비율을 잇따라 인하하는 등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철강업황을 되돌리기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위험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완전히 박멸하겠다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변 연구원은 현재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 대해 “경기가 악화되는 걸 방어하려는 과정”이라며 “중국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 집행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역시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뿐 전반적인 업황 턴어라운드를 만들어 낼 것으로는 기대하진 않는다”고 토로했다.

“친환경에너지·전기차 성장, 철강업황 영향 크지 않아”

중국의 ‘화끈한 부양’ 이외에는 철강업황을 되살릴만한 모멘텀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 확대 조짐을 보이는 친환경에너지 산업에서의 철강 수요 확대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변 연구원은 “세아제강그룹과 휴스틸 등 에너지용 강관을 만드는 기업은 수혜가 기대된다. 이 기업들은 풍력발전 타워용 제품 공급에도 나서려고 할 것”이라면서도 “전체 철강 시장과 비교하면 작은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기차 산업 확대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어 서로 상쇄될 것이라고 변 연구원은 분석했다.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경량화 추진 과정에서 더 비싼 자동차용 강판 수요가 늘어날 수 있지만, 대신 엔진과 같이 철강재로 만드는 부품의 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작년 철강주 주가 흐름이 좋을 때 화제가 됐던 ‘수소환원제철법’도 당분간은 큰 모멘텀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POSCO홀딩스가 수소환원제철법을 도입하는 시기를 2030년으로 설정했을 정도로 먼 이야기인 데다, 당장 눈 앞의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강판 공장.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강판 공장. /현대제철 제공
변 연구원은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CBAM)를 도입할 예정이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당겨올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금융긴축, 코로나19 재확산 등이 더 중요한 주제”라고 말했다. 수소환원제철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현재의 조강(쇳물) 생산 방식의 대안으로, 석탄(탄소)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광석의 산화철에서 산소를 떼어 낸다.

전쟁이 끝난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 과정에서의 수혜도 한국산 철강은 기대하기 어렵다. 변 연구원은 “러시아와 함께 유럽 지역에서도 철강을 많이 생산 중이고, 우리보다는 거리가 가까운 데다 가격까지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경기 호황 국면까지 장기투자 각오해야”

굳이 철강주에 투자하겠다면 장기 투자를 각오해야 한다. 변 연구원은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집행될 때 단기 매매를 할 만한 구간이 나올 수는 있지만, 일반투자자가 이를 노리고 투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최근 철강사 주가가 많이 하락해 밸류에이션이 많이 낮아졌고, 언젠가 경기가 다시 확장될테니 장기적으로 기다려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가 되살아날 때까지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되는 POSCO홀딩스가 투자할 만한 종목으로 꼽혔다. 이 회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261만5605주의 자사주 소각과 4000원의 2분기 배당금 지급을 의결했다. 상반기에만 주당 80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게 된다.

변 연구원은 “POSCO홀딩스의 경우 배당 수익률이 5%를 넘고, 없어질 회사도 아니다”며 “배당 투자 콘셉트로 매수해 다음 사이클까지 기다릴 수 있는 성향의 투자자라면 접근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POSCO홀딩스의 12개월 포워드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2일 기준 3.28배다. 1년 전인 작년 8월23일의 4.22배 대비 22.27%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도 0.53배에서 0.41배로 쪼그라들었다.

급등락을 반복했던 중소형 철강주 투자는 경기 둔화 국면에서 주의해야 한다고 변 연구원은 경고했다. 그는 “중소형 철강주는 이익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주가도 크게 움직였다”며 “하반기는 철강사 이익이 감소하는 국면인데, 중소형사의 경우 감소 폭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