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순이자마진(NIM)이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국민은행이 신한은행보다 가계 예대금리차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금리차가 작은 은행들도 가계대출 비중이 낮거나 신용대출을 중단한 탓에 대출금리가 하락했다.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막겠다며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요구불예금 빠진 예대금리차 공시…"착시효과로 비교 실효성 떨어져"

요구불예금 제외 ‘착시’

지난 22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7월 은행권 예대금리차 현황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1.62%포인트로 5대 은행 중 가장 컸다. 국민은행은 예대금리차가 1.38%포인트로 우리·농협은행(1.40%포인트)보다도 작았다.

이번에 공시된 예대금리차는 은행들이 전달 취급한 가계대출 평균금리와 정기 예·적금 평균금리 간 차이를 뜻한다. 이 차이는 은행 NIM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은행 수익성을 좌우한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NIM은 1.58%로 국민은행(1.69%)보다 0.11%포인트 뒤졌다. 하나(1.55%) 우리(1.52%) 농협(1.52%) NIM도 국민은행에 못 미쳤다.

그럼에도 국민은행 예대금리차가 작게 나온 것은 요구불예금 때문이다.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연 0.10%에 그친다. 요구불예금이 예대금리차 산출에서 빠지면서 국민은행의 평균 예·적금 금리를 끌어올렸다. 예·적금 금리가 높으면 대출금리가 다른 은행과 같더라도 예대금리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금융당국은 통계를 산정하는 한국은행이 수시로 잔액이 변동하는 요구불예금 등을 수신 금리에서 제외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7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규모는 168조원에 달한다. 2위인 신한은행(138조원)보다 30조원 많다. 국민은행이 고객들로부터 유치한 전체 원화 예수금(333조원)에서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50.5%)을 웃돈다. 요구불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이 많을수록 조달 비용이 적기 때문에 NIM은 높아진다. 서민금융 전담 국책은행으로 문을 연 국민은행은 전통적으로 서민과 소상공인 고객이 많다. 이들은 생활비나 가게 운영비가 현금으로 필요해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한 요구불예금을 이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자이익 등 은행 수익과 직결되는 요구불예금이 예대금리차 산정에서 빠지면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가계 예대금리차가 1%포인트를 밑돈 기업(0.86%)·수협(0.85%)·부산(0.82%)·경남(0.93%)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낮아 예대금리차가 축소됐다. 전체 가계대출 시장에서 기업은행의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불과하다. 부산·경남은행도 신용대출 대신 연 1%대 금리의 정책대출 상품을 주로 취급하면서 대출금리를 끌어내렸다.

당국 ‘신잔액 코픽스’ 도입 확대

금융당국은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를 통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은행 간 경쟁이 활발해져 금리 운용의 합리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감독원은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신잔액 기준 적용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대출 재원으로 쓰는 자금의 조달 비용을 지수화한 것으로 신규 취급액과 신잔액 등이 있다. 주로 쓰이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매달 새로 조달한 자금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시장의 금리 변동이 빠르게 반영된다. 신잔액은 자금 조달원에 요구불예금 등이 포함돼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다.

김보형/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