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이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자금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내 단기차입금 가용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액화천연가스(LNG)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옥.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옥. 사진=한국가스공사 제공
23일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월물 천연가스 선물가격(지난 19일 기준)은 MMBtu(열량 단위·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미국(HH) 기준 9.5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달러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섯 배가량 뛰었다. 유럽(TTF)과 아시아(JKM) 선물가격은 각각 73.12달러, 61.0달러였다. 이들 가격 역시 작년 8월과 비교하면 4~5배 오른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국이 LNG 물량 확보전을 펼치면서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스공사도 서둘러 LNG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강추위가 예상되는 올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7일 기준 가스공사의 LNG 재고는 181만t으로, 동절기 하루 최대 수요량(25만t)을 감안하면 1주일치에 불과하다.

문제는 웃돈을 줘도 LNG 수입이 어려운 상황인데 가스공사의 재무 사정이 매우 나쁘다는 점이다. 가스공사의 ‘운전자금 증가 예상에 따른 재무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차입금 잔액은 총 27조8000억원이다. 올해 1월 가스공사가 전망한 한 해 장·단기 차입금 계획치(28조4000억원)에 이미 도달한 셈이다.

특히 연료비 구입비용이 증가하면서 단기차입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가스공사의 연말 단기차입금 잔액은 전년 대비 12조9000억원 늘어난 19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스공사의 단기차입금 가용 한도(18조5000억원)를 넘어서는 규모다. 결국 한도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LNG 가격 추세를 감안하면 차입금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가스공사의 자금난이 LNG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