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인세법상 국내 원천소득에 해당하는 사용료 소득일지라도 헝가리의 ‘수익적 소유자’에게 지급되는 경우 ‘한국과 헝가리 간 조세 이중과세 회피 및 탈세 방지 협약(한국·헝가리 조세조약)’에 따라 헝가리에만 과세권이 있다는 것이다. 과세당국은 헝가리 법인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설립한 도관회사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최근 LG전자가 영등포세무서를 상대로 “18억원의 법인세 원천징수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LG전자는 2010년 12월 미국 회사 A사의 자회사인 헝가리 소재 B사와 소프트웨어 사용권 계약을 체결하고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785억원의 사용료를 지급했다. 이에 대한 법인세는 내지 않았다.
현행법상 외국 법인이 국내에서 올린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낼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그 소득을 지급하는 자(국내 기업)가 미리 일정액을 국내 과세당국에 내게 돼 있다. LG전자는 한국·헝가리 조세조약에 따라 B사에 지급한 비용이 법인세 원천징수 대상에서 면제된다고 봤다.
국세청은 다르게 봤다. 2017년 세무조사를 통해 헝가리 법인인 B사는 형식적 거래 당사자의 역할만 수행하는 도관회사이며, 실질적인 ‘수익적 소유자’는 미국 법인인 A사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당국은 한·헝가리 조세조약이 아니라 한·미 조세조약을 적용해 LG전자가 낸 사용료를 소득으로 보고 법인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국세청은 LG전자에 원천징수분 법인세 128억원 상당을 경정·고지했다.
국세청 결정에 불복한 LG전자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해 74억여원을 환급받았으나 일부 청구 내용이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사의 소득을 (모회사인 A사에) 이전해야 하는 법적, 계약상 의무의 존재를 찾을 수 없으니 B사가 한·헝가리 조세조약상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한다”며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B사가 납세 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도관회사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