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리니지 게임 OST 연주회…정통 클래식 못잖은 완성도 선보일 것"
“게임 음악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돼요. 엔씨소프트가 만든 게임 ‘리니지’에 쓰인 곡들의 음악적 완성도는 웬만한 영화 음악이나 클래식 음악에 못지않거든요. 현장에 오면 정통 오케스트라로 풀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악이란 걸 바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다음달 2일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리니지 OST 음악 공연을 여는 진솔 플래직 대표(35·사진)는 23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국립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한 진 대표는 국내 게임 음악 분야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사람 중 한 명이다. 게임 음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지휘자인 데다 직접 게임 음악 전문 플랫폼인 플래직도 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선 지휘봉을 드는 대신 음악감독을 맡았다. 지휘는 정나라 공주시충남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에게 맡겼다. 국내에서 리니지를 주제로 한 게임 음악회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8년 출시된 리니지는 국내에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1세대 PC방 게임’으로 통한다. 이 게임은 리니지M과 리니지W로 이어지며 지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진 대표는 리니지 원곡을 최대한 살리면서 오케스트라에 적합한 곡 위주로 레퍼토리를 짰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니지 음악은 해외 유명 작곡가들이 쓴 곡을 포함해 음악적 완성도가 있는 곡이 많다”고 설명했다. 리니지와 리니지M에 삽입된 곡은 작곡가 안진우와 미국의 영화·드라마 음악 제작자 조이 뉴먼 등이 작곡했다. 리니지W에 들어간 음악 개발에는 게임·영화 예고편 음악으로 유명한 유니크 혼 스튜디오와 작곡가 로빈 호프만 등이 참여했다. 그는 “게임 유저들이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원곡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오케스트라가 연주할 때보다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편곡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오케스트라 뒤편 스크린에 리니지 그래픽 영상을 띄우는 것 외엔 별다른 연출을 하지 않기로 했다. 진 대표는 “리니지 음악은 영화음악처럼 고요하고,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곡들이 많다”며 “게임 음악은 클래식 곡보다 호흡이 짧아 다양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데다 곡에 맞는 영상도 띄울 수 있는 만큼 마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오케스트라가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메이플스토리’, ‘리그 오브 레전드’ 등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순 효과음에 그쳤던 게임 음악의 수준이 높아진 덕분이다. 게이머들을 쉽게 객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도 ‘게임 음악 공연 붐’에 영향을 미쳤다.

진 대표는 일반인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임 음악이 중장기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저변을 넓혀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클래식 공연은 ‘몇백년 전 작곡가가 만든 곡을 얼마나 잘 해석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탓에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며 “요즘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팝 음악과 게임 음악을 연주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게임 음악에 이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클래식과 융합하는 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