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베이징 LG트윈타워. 사진=바이두 캡처
옛 베이징 LG트윈타워. 사진=바이두 캡처
베이징 LG트윈타워는 한때 중국 경제 성장의 동력원이 모여 있는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에 우뚝 자리했다. 2005년 당시 LG그룹은 총 4억달러(약 4600억원)를 들여 톈안먼 광장 동쪽 핵심 업무지구에 연면적 지하4층~지상 31층 빌딩 2개 동을 세우고 중국 사업 전초기지로 활용했다. 여의도 LG트윈타워를 꼭 닮은 이 건물은 LG그룹이 매각한 다음 리모델링 후 최근 건물명을 '후이징트윈타워'로 바꿨다.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세운 베이징현대자동차 1공장은 중국 전기차 회사 리샹이 인수해 내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한때 중국 고객이 일변도였던 한국 화장품 수요도 줄어들면서 현지 연례 쇼핑축제 판매 순위권에서 이탈하고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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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일변도 수출, 장기적으로 차이나 리스크"

한중수교 30주년인 24일 업계에 따르면 1992년 수교 이래 양국 간 교역 규모는 비약적으로 성장해 47배 커졌다. 교역량은 30년 전 64억달러 규모에서 지난해 약 3015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지난 5월부터는 이례적으로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대중 무역적자가 발생한 건 1994년 8월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최근의 대중 무역 적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에 따른 중국의 경기 둔화 영향 등을 받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무역적자보다는 수교 이래 심화하는 대중 반도체 수출 쏠림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빠르게 기술추격을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중수교 30주년을 맞아 내놓은 '산업별 대중 수출의존도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산업이 바로 반도체였다. 2000년 반도체 산업의 대중 수출 비중은 3.2%였지만 지난해 39.7%로 급증했다.

대한상의는 "국내 고부가가치 산업의 대중 의존도 증가는 역으로 말하면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졌을 때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면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기술혁신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온 힘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 11월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중심 궈메이전기건물에 등장한 삼성 갤럭시노트9 광고. 사진=한경DB
2018년 11월 중국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중심 궈메이전기건물에 등장한 삼성 갤럭시노트9 광고. 사진=한경DB

삼성·LG 2016년 사드 타격이후 중국 시장서 위축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폰 사업은 뼈아픈 사례로 꼽힌다. 삼성은 2009년 처음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한 뒤 3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지만 2019년 기준 점유율 1% 미만으로 떨어졌다.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란으로 중국의 반한 감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갤럭시노트7 폭발 사태로 타격을 입었다. 그 자리를 자국 브랜드인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밀고 들어왔다. 지난 10일 선보인 갤럭시Z폴드4·Z플립4 역시 중국 시장에서 극적 반전을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전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이 자국 기업에 유리한 보조금 정책을 내걸어 메이디·거리전기·하이얼 등 현지 가전업체를 키워내 한국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 가전뿐 아니라 자동차와 화장품, 디스플레이 산업 등도 맥을 못추고 있다. 중국이 노골적 '베끼기'를 넘어 한국 주력 산업을 빠르게 추격해 사실상 거의 따라잡거나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오랜만입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19일 삼성전자 경기 기흥캠퍼스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2028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연구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가 1983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삼성전자 제공
< “오랜만입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19일 삼성전자 경기 기흥캠퍼스 연구개발(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2028년까지 약 20조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연구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가 1983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삼성전자 제공

한국 따라잡은 중국…주력 반도체 수출 '경고등'

특히 중국은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처이자 반도체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은 115조3655억원이었는데 중국 매출이 30조4620억원으로 26.4%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매출 비중도 올해 30.9%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자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이 '반도체 굴기'를 부르짖고 있어 자칫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인력과 기술 빼가기를 통해 중국이 노하우를 흡수해왔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중국 후발 주자가 위협적으로 따라오고 있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