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다 하나로 LA~SF 자율주행 성공한 비결은 [실리콘밸리 인사이드]
지난 5월 검은색 쏘나타 한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샌프란시스코(SF)까지 616㎞ 거리를 자율주행으로 달렸다. 흔한 카메라 하나도 없이 오직 라이다(LiDAR) 센서 한대를 장착한 차량이었다. 6시간의 운행 과정에서 운전자는 단 한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을 정도로 안정적인 자율주행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라이다 한 대만으로 자율주행에 성공한 첫 사례다.

이런 성과의 주인공은 한국 스타트업 뷰런테크놀로지다. 뷰런은 차량용 라이다(LiDAR) 인지 소프웨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회사다. 통상 자율주행 차량에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HD맵 등을 여러개 장착한다. 보다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확하게 도로 상황을 판단해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데 비해 뷰런은 라이다 한 대만 장착해 이같은 성과를 냈다. 이를 주도한 것은 현대자동차 자율주행연구센터 출신 김재광 뷰런테크놀로지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더 놀라운 것은 2019년 10월 창업 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이런 성과를 올린 것이다.

자율주행 실증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있는 미국 지사에 머무르고 있는 김 대표는 "라이다 하나만 이용해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걸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라이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며 "라이다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단계부터 실증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진행했던 것이 빠른 성과를 낸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실증 우선주의'가 이같은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뷰런은 현재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3단계까지 달성했다. 연내 도로주행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라이다는 자율주행의 블루오션"

라이다 하나로 LA~SF 자율주행 성공한 비결은 [실리콘밸리 인사이드]
▶회사이름 '뷰런'은 무슨 뜻인가요.
"본다는 뜻의 뷰(view)와 신경 단위를 뜻하는 뉴런(neuron)을 합쳐서 만들었습니다. 센서를 기반으로 인지하겠다는 뜻이죠. 인공지능(AI)과 연관지어 고성능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처음 창업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현대자동차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무를 했는데 라이다(LiDAR) 시장이 커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상 하드웨어가 발달하면 그 이후에 소프트웨어가 발달합니다. 제 전공인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개발해보자는 생각으로 회사를 나왔습니다.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동료까지 포함해 총 3명이 2019년 10월에 회사를 세웠죠."

▶어떤 목표로 창업을 했나요.
"라이다라는 센서가 양산돼 일반 자동차에 탑재될 때 여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자율주행에서 인지하고 판단하는 것이 다 소프트웨어에서 이뤄지는 일이거든요. 라이다 기반의 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이 저희 주사업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해 라이다를 CCTV처럼 곳곳에 설치해 침입자를 검출해내는 보안사업도 하고 있고, 이를 확장해 스마트시티로도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라이다 시장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라이다 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이미 대중화된 카메라와 레이더에 비해 정확한 거리 정보를 주고 밝기 변화에도 정확하게 데이터를 판별합니다. 적외선 기반이기 때문에 전파를 이용하는 레이더에 비해 더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합니다. 빛을 쏴서 돌아오는 거리를 측정한 결과 라이다의 정확도가 더 높았습니다. 자율주행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은 보다 더 정확한 센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구글의 웨이모와 GM크루즈는 현재 라이다를 기반으로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와 BMW도 양산할 때 라이다를 이용하겠다고 발표했죠. 이런 시장성을 보고 라이다 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창업 초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라이다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처음에 할 수 있는 게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일단 기술 개발에 집중한 결과 기술력을 인정 받아 네이버 D2SF와 본엔젤스파트너스에서 2020년 5월에 씨드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 자금을 기반으로 인재를 더 뽑아 2020년 12월에 한국에서 라이다 하나만 가지고 자율주행 면허를 받았습니다. 사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통상 자율주행 면허를 받으려는 사업자들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HD맵 등등을 복합적으로 적용하는데 라이다 하나로 자율주행을 하겠다고 하니 국토교통부도 면허를 줘도 될지 고민을 많이 하더군요. 더 까다로운 검증 시험을 통과하면서 세계 최초로 라이다 하나만 가지고 자율주행 면허를 받아냈습니다. 라이다 하나만 이용해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걸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자율주행 면허를 받은 게 변곡점이었군요.
"자율주행 면허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무인선박, 무인로봇, 무인지게차 등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기도 했죠. 올 1월엔 기술력을 인정받아서 프리 시리즈 A로 100억원을 유치했습니다. KDB산업은행, 대성창업투자 등이 투자해주셨죠.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습니다. 작년 10월 이곳 실리콘밸리에 미국 지사를 설립했어요. 그 과정에서 코트라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요. 최근엔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2개 주에서 라이다 하나만 이용해 자율주행 면허를 받았습니다."
라이다 하나로 LA~SF 자율주행 성공한 비결은 [실리콘밸리 인사이드]

◆작은 칩에서 구동 가능한 SW

▶이후 회사의 위상이 달라졌나요.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과 프로젝트 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사 설립 후 자율주행 허가를 받은 뒤엔 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로부터 먼저 연락이 오더군요. 함께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면허를 받기 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회사나 경쟁사라고 생각해 적대적이었던 회사들도 함께 하자고 연락이 오는 걸 보면서 라이다 시장에서 위상이 올라갔다는 걸 느낍니다. "

▶뷰런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요.
"실제 필드에서 시스템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자동차 출신이다보니 실제 적용을 먼저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검증해야 진짜라고 생각한거죠. 통상 자율주행차 트렁크를 열면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들어있어요. 이에 비해 뷰런의 소프트웨어는 작은 ADAS(운전자보조시스템) 칩 하나에서 작동합니다. 라이다 하나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굉장히 많습니다. 차량용으로 양산된 작은 칩에 바로 넣어서 구동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곳은 뷰런밖에 없습니다. 자율주행 차를 양산할 때 유리하다는 게 첫 번째 장점이죠. 그리고 라이다 하나만으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걸 검증했다는 게 두 번째 장점입니다."

▶라이다 하나로만 자율주행은 어느 정도까지 검증됐나요.
"2021년 1월 CES에 내놓기로 목표를 세우고 면허를 따는 작업을 진행하다보니 일정이 촉박했습니다. 시험도로에서 진행된 검증에서 시속 100㎞로 달리는 상황에서 앞차가 끼어들 때 차량을 제어하는 등 극한의 상황까지 다 가정해서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저희 주력 사업은 양산차에 탑재할 인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건데 이를 실제로 보여주기 위해서 검증하려다보니 원래 저희 영역이 아닌 제어까지 하게 된 거죠.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하고 CES에 그 결과를 공개했을 때 뿌듯하더군요."

▶면허를 받고 실제 주행 검증은 어땠나요.
"면허는 자율주행 3단계까지 받았습니다.(자율주행 단계는 총 5단계로 현재 양산된 자율주행기능은 2단계 수준이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는 차선 변경, 앞지르기 등도 검증됐습니다. 한국에선 서울에서 부산까지 2021년 2월 경부고속도로를 달렸어요. 미국에서 면허를 받고 난 뒤 지난 5월엔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616㎞를 라이다 하나로 주행에 성공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나니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도 함께 프로젝트를 해보자고 연락이 오더군요."

▶이렇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비결은 뭔가요.
"양산화에 적합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게 주효했다고 봅니다. 개발 과정에서도 실제 산업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가야한다고 강조하며 시작했습니다. 항상 실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개발하는 방향성의 차이가 현재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다 하나로 LA~SF 자율주행 성공한 비결은 [실리콘밸리 인사이드]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자율주행 인지 소프트웨어는 아직 프로젝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양산되는 차량에 넣으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단기적으로는 완성차 1차 협력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라이다라는 센서 하드웨어까지 영역을 확대해 라이다 모듈을 총괄하는 1차 벤더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3~4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요. 올해 기반을 다지고 내년부터는 매출이 많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4~2025년에는 양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도심 자율주행도 연말까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현재 전세계 자율주행 기술은 어디까지 왔나요.
"이제 막 레벨 3가 양산이 막 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자율주행이 금방 될 것이라 생각는 생각이 많이 사그라들었습니다. 4~5년은 있어야 4단계가 될 것 같습니다. 인명과 관련된 부분이니 차근차근 다져가겠다는 분위기죠. 안전한 자율주행이 되도록 뷰런이 더 많이 기여하고 싶습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