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씨젠의 직원은 1141명으로 3개월 전 1187명보다 46명 줄었다. 임원 숫자는 48명에서 42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지난 2년 간 인력을 대거 채용하며 외형을 키우던 흐름과 정반대다.
씨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전체 직원이 314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터지자 1년 만인 2020년엔 616명으로 2배 늘더니, 지난해엔 1070명까지 불어났다. 정점을 찍은 올해 3월 1187명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임원도 15명(2019년)→25명(2020년)→44명(2021년)으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이전에는 200억원이 채 안 됐던 연간 급여 지출이 지난해 1214억원으로 6배 이상 늘었다.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한 전체 관리비 지출은 457억원에서 2392억원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진단 수요로 매출이 같은 기간 1220억원에서 1조3708억원으로 늘어난 덕분에 이 같은 비용 부담이 가능했다.
문제는 고정비 지출이 폭증한 상황에서 실적을 뒷받침해주던 진단 수요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외 진단 사업 매출이 늘고는 있지만, 급격히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때문에 투자업계에서는 일찌감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씨젠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57.7% 줄어든 1284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130억원에 불과했다. 비중이 큰 코로나19 진단시약 매출이 같은 기간 70% 급감한 탓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며 “직원 감소 흐름은 최소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인력의 이탈 조짐도 있다. 미래 사업을 발굴하겠다며 영입한 몇몇 외부 인사들이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거나 회사를 떠났다. 중장기 과제인 현장진단(POCT) 장비 개발을 책임졌던 진단기기연구소장과 IBM왓슨연구소 출신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전문가인 정보과학연구소장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 영입한 고위급 임원도 후선으로 빠졌다. 씨젠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기존에 없던 사장급 자리를 네 개 만들었다. 이 중 세 자리를 외부 인사에 맡겼다. LG전자 부사장을 지낸 민경오 씨와 이호 씨를 각각 연구총괄 사장과 영업총괄 사장에 앉혔고, 전남대 의대학장 출신의 이민철 씨에게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을 맡겼다.
하지만 민경오 사장과 이호 사장은 최근 고문으로 물러나고, 이민철 사장은 회사를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유일하게 남은 사장급 임원은 천종윤 씨젠 대표의 친인척인 최진수 경영부문 총괄 사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PCR 검사가 세계적으로 감소 추세에 접어들면서 씨젠의 외형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기존 비(非)코로나19 사업과 신사업에서 성과가 나올 때까지 역성장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