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T(천장대차장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장의 핵심 설비다. 웨이퍼 등 정밀도가 중요한 소형 물체를 집어 올려 공장 천장에 구축된 레일을 따라 이송시키는 역할을 한다. 매출 1조5500억원 규모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A사로부터 OHT 설계도면 등 기술 자료를 빼돌린 뒤, 일본을 통해 중국으로 유출을 시도한 A사 임원과 브로커 등 일당 7명이 최근 특허청과 국가정보원, 대전지방검찰청 합동수사로 적발됐다. 반도체 장비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빠져나갔을 경우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한 금액을 포함해 115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지식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관계부처가 합동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는 특허청, 국정원, 경찰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10개 부처 합동 ‘지식재산 보호정책 협의회’를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24일 열었다.

국가핵심기술, 71개 중 33개 털렸다
지식재산 유출로 인한 피해 규모는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검·경 및 관계부처 합동수사로 지난 5년(2017~2022년 2월)간 ‘산업기술’ 유출 사건 99건을 적발했다. 산업기술은 산업부가 지정한 첨단기술이다. 국가안전보장 및 국민경제 발전에 중요해 별도로 지정된 71개 ‘국가 핵심기술’ 중 33개 기술도 해외 유출이 시도됐다. 이 기술들이 해외로 빠져나갔을 경우 한국 경제가 입었을 피해 규모는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관련 경제적 피해 규모는 드러나지 않은 유출 피해를 포함해 과거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20조원대에서 최근 3% 수준인 연간 최대 60조원대까지 커졌다.

지식재산 보호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허청은 2019년 3월 특허·영업비밀 유출 수사를 전담하는 기술특별사법경찰을 출범했다. 작년까지 3년간 476건의 사건을 맡아 888명을 형사 입건했다. 최근에는 특허·영업비밀 외에 다양한 산업기술 유출 사건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는 특허 유출 사건 수사 중 해당 기술이 산업기술에 해당하면 검·경으로 사건을 이첩해야 했다.

지재위 관계자는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연구개발 과정에서부터 지식재산의 탈취·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