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방산업 혁신, 국민 안전으로 이어가야
근대적 의미에서 최초의 국제 산업전시회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로 당시 산업혁명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결정판이었다. 이후 국제박람회는 지식 확산과 교역 기회 확대를 도모하는 가운데 신제품과 기술 전시, 정보와 아이디어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기술과 문화의 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들은 우리의 삶을 시시각각 변화시키고 있다. 날로 대형화·복잡화하고 있는 재난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국내 소방 기술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변화해야 할 시점이다.

소방청은 지난 2월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기를 선도하기 위해 ‘소방발전 4.0시대’를 선언하고, 과학 소방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를 선정했다. 3년 내에 우리나라 화재안전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는 목표 아래 인명 안전 중심의 화재 예방과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재난·예방·대응 분야에 접목해 융복합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스마트 소방 조직으로 거듭나려는 혁신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유럽 등을 벤치마킹해 군용전차와 전투기 엔진 등을 활용한 유전화재진압 소방차, 험로 주행 소방차 등을 개발해 특수 재난 현장에 배치하기 위한 노력도 이 같은 계획의 일부다.

하지만 국내 관련 기업들의 외형은 아직 왜소한 게 현실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소방산업체의 66%가 연 매출 10억원 이하로, 87%는 종사자 50인 미만인 기업이다. 이렇듯 작지만 강한 국내 업체와 세계 각국을 연결해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시급한 시점이며, 이는 곧 소방 관련 국제박람회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2004년 첫걸음을 내디딘 이후 세계 5대 소방 관련 박람회로 평가받고 있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그야말로 국내 소방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실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방역지침에 따라 박람회가 취소되면서 소방산업 수출액이 전년과 비교해 16.2% 감소했지만, 지난해 박람회가 재개되면서 수출액은 전년 대비 29.9% 증가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온·오프라인 수출 상담회를 진행하는 등 국내 소방산업체들의 성장을 지원한 결과다.

이달 31일 대구에서 열리는 ‘제18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첨단기술을 도입해 국민 안전 확보와 소방산업의 혁신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소방청의 의지와 노력을 전 세계에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소방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는 물론 안전 문화를 선도하기 위한 핵심 개념과 기술을 총망라한 자리가 될 예정이다.

AI 기술을 접목한 화재감지 스마트 로봇, 4족 보행 탐지로봇, 무인방수드론을 활용한 대형 화재진압 방수 및 드론 관제 시스템 시연 등을 통해 미래 소방 기술의 비전을 제시한다. 또한 가상현실(VR) 체험을 통해 박람회장을 찾은 국민들이 직접 재난 현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준비했다.

소방산업의 혁명과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내용으로 채워질 이번 박람회는 대한민국 안전과 소방산업의 질적 도약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