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더 나아가자, 긍정의 힘
여름휴가 중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필자는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특히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종종 지도와 사료를 찾아가며 본다. 몇 해 전 김한민 감독의 ‘명량’을 재미있게 봤던 터라 최근 개봉한 영화 ‘한산’도 기대하고 있었다.

전작에서 최민식 배우가 연기한 이순신이 용장(勇將)이라면 ‘한산’에서 박해일이 연기한 이순신은 지장(智將)이라고 할 수 있다. 수적 열세로 배 한 척, 한 명의 병사를 허투루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이순신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유리한 점은 뱃길 물속을 적보다 잘 안다는 점 한 가지다. 이를 이용해 머릿속으로 수십 번 수백 번 가상전투를 치렀을 것이다. 극중 이순신은 심사숙고하고 때를 기다려 결정적 한 방으로 승부하는 냉철한 지략가의 면모를 보인다.

이순신 장군의 대단한 점은 수적 열세에 좌절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형지물을 내 편으로 만들어 상황을 주도하고 제압해 전세를 역전시킨다.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녹록지 않은 여건, 불리한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고자 하는 긍정적 태도는 오늘날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도 필요한 중요한 덕목이다.

영화의 백미는 ‘학익진’이다. 이순신 하면 학익진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전술로 학의 날개처럼 적을 넓게 감싸 포위 공격하는 전법이다. 다만, 군사를 넓게 펼쳐야 하므로 호흡이 맞지 않거나 취약한 부분이 발생하면 각개격파당할 우려가 있다.

필자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학익진도에 각 장수를 배치하는 장면이다. 이순신은 장수들의 자질과 능력을 파악하고 있었다. 전투에 나서는 자는 결국 장수와 병사들이다.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학익진을 완성하고 가장 효과적인 전투 태세를 취했다.

이는 현대의 조직 운영 원리와 맞닿아 있다. 최고경영자는 평소 직원들을 충분히 파악하고 각자의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렇게 잘 훈련된 조직의 임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요즘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복합 위기를 맞아 많은 가계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번 호우로 수해까지 입은 분들의 고통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극중에서 전투에 이긴 이순신 장군은 “더 나아가자! 지금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오늘의 전투는 비로소 이겼지만 전쟁의 승리를 위해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다. 여러모로 어렵고 힘든 상황일지라도 긍정적 에너지로 위기를 돌파하는 이순신 장군의 기개를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