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터널 없었다면 이번 폭우 때 양천구 600세대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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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문가 포럼서 빗물터널 필요성 강조…연구용역 착수
서울 양천구에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빗물터널)이 없었다면 이달 8일 집중호우 때 600세대가 침수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불투수 면적과 저지대 지역이 많은 서울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처럼 치수 효과가 입증된 대심도 빗물터널이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11년만에 재추진하는 빗물터널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려면 부지 선정 갈등, 주민 민원, 경제성 확보 등의 장애물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시가 24일 오후 개최한 '서울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어떻게 가야하나?' 수해예방 긴급포럼에서는 이런 의견들이 제시됐다.
◇ 서울시 "신월 빗물터널 치수 효과 입증"
시는 최근 내놓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월 빗물터널의 사업 효과를 자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달 8일 양천구에 시간당 59.5㎜(일강우량 164.5㎜)의 폭우가 내렸을 때 신월 빗물터널은 12시간 35분 동안 가동하고 총 7회 수문을 개방해 빗물 약 17만t(톤)을 저류했다.
만일 빗물터널이 없어 이런 저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37.8ha의 면적과 600세대가 침수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빗물터널이 없던 2011년에는 시간당 67.2㎜(일 강우량 252.5㎜)의 비가 내렸을 때 이 지역 1천182세대가 침수됐다.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이를 근거로 "관로 개량, 저류조 신설 등 기존에 해온 분산식 대응보다는 빗물터널이 치수대책으로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빗물터널의 필요성에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도시에서의 우수 관리를 하수도 중심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결국 하천을 넘어가는 용량은 현재 하수 시스템에서 처리가 불가하므로 대규모 배수터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진수 ㈜제일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서울 시내는 구조적으로 하천 수위가 상승하면 배수 기능이 저하하게 돼 있다"며 "이런 특이한 구조에서는 배수터널 등 시설물 설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서울시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불러온 집중호우를 계기로 7곳에 빗물터널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월 빗물터널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지역은 정책 결정권자인 시장 교체와 전문가 숙의 등을 거치면서 저류조 신설 사업 등 분산형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그마저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완성 상태다.
광화문과 한강로 일대, 사당역과 이수역 일대, 길동의 경우 우수 저류조를 신설하기로 했으나 주민 민원과 지장물 저촉, 부지 선정 난항으로 인해 지금까지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 복합터널 검토하지만 쉽지 않을 듯…연구용역 착수
과거 빗물터널에 반대하는 측의 근거는 투입 비용 대비 침수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11년 만에 재추진하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복합터널'이다.
미국 시카고 TARP 터널, 일본 수도권 외곽방수로, 말레이시아 스마트(SMART) 터널처럼 폭우 시에는 빗물저류 용도로 쓰고 평상시에는 일반 도로나 가뭄 해결 장치로 활용하는 다목적·다기능 터널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선권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서초구와 국토교통부가 제안했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한 대심도 다기능터널 설치를 비롯해 복합형 대심도 터널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기술 전문가들은 복합터널 구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진수 부사장은 "물을 꽉 채워서 깊은 터널로 흐르게 하려면 엄청난 수압이 발생하고 그러면 주변 구조물이 커져서 부담이 생긴다"며 "말레이시아 스마트 터널도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따로 분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지곤 ㈜유신 전무도 "복합터널은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한 장치와 유지관리를 위한 연결통로가 추가로 필요해 오히려 경제성·안전성 측면에서 더 불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는 복합터널 설치가 가능한지를 설계 과정에서 검토하겠지만, 반드시 다기능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빗물터널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한 만큼 과거처럼 경제성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경철 서울시 치수안전과장은 "빗물터널 유입구 위치 선정과 공사 과정에서의 터널 발파 등 소음 문제가 주민 민원이 가장 많았던 부분"이라며 "무진동 공사 기술을 개발하고 터널이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주민과 소통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한국수자원학회와 함께 대심도 빗물터널 기본계획을 포함해 수해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다음 달 착수한다.
용역 기간은 8∼10개월로 예상하며, 빗물터널 악취 저감 연구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불투수 면적과 저지대 지역이 많은 서울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처럼 치수 효과가 입증된 대심도 빗물터널이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11년만에 재추진하는 빗물터널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높이려면 부지 선정 갈등, 주민 민원, 경제성 확보 등의 장애물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울시가 24일 오후 개최한 '서울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어떻게 가야하나?' 수해예방 긴급포럼에서는 이런 의견들이 제시됐다.
◇ 서울시 "신월 빗물터널 치수 효과 입증"
시는 최근 내놓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월 빗물터널의 사업 효과를 자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달 8일 양천구에 시간당 59.5㎜(일강우량 164.5㎜)의 폭우가 내렸을 때 신월 빗물터널은 12시간 35분 동안 가동하고 총 7회 수문을 개방해 빗물 약 17만t(톤)을 저류했다.
만일 빗물터널이 없어 이런 저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37.8ha의 면적과 600세대가 침수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빗물터널이 없던 2011년에는 시간당 67.2㎜(일 강우량 252.5㎜)의 비가 내렸을 때 이 지역 1천182세대가 침수됐다.
한유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이를 근거로 "관로 개량, 저류조 신설 등 기존에 해온 분산식 대응보다는 빗물터널이 치수대책으로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빗물터널의 필요성에는 전문가들도 대체로 공감했다.
권현한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도시에서의 우수 관리를 하수도 중심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결국 하천을 넘어가는 용량은 현재 하수 시스템에서 처리가 불가하므로 대규모 배수터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진수 ㈜제일엔지니어링 부사장도 "서울 시내는 구조적으로 하천 수위가 상승하면 배수 기능이 저하하게 돼 있다"며 "이런 특이한 구조에서는 배수터널 등 시설물 설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서울시는 2011년 우면산 산사태를 불러온 집중호우를 계기로 7곳에 빗물터널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신월 빗물터널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지역은 정책 결정권자인 시장 교체와 전문가 숙의 등을 거치면서 저류조 신설 사업 등 분산형으로 계획이 변경됐다.
그마저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완성 상태다.
광화문과 한강로 일대, 사당역과 이수역 일대, 길동의 경우 우수 저류조를 신설하기로 했으나 주민 민원과 지장물 저촉, 부지 선정 난항으로 인해 지금까지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 복합터널 검토하지만 쉽지 않을 듯…연구용역 착수
과거 빗물터널에 반대하는 측의 근거는 투입 비용 대비 침수 방지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11년 만에 재추진하는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복합터널'이다.
미국 시카고 TARP 터널, 일본 수도권 외곽방수로, 말레이시아 스마트(SMART) 터널처럼 폭우 시에는 빗물저류 용도로 쓰고 평상시에는 일반 도로나 가뭄 해결 장치로 활용하는 다목적·다기능 터널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윤선권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서초구와 국토교통부가 제안했던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와 연계한 대심도 다기능터널 설치를 비롯해 복합형 대심도 터널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기술 전문가들은 복합터널 구축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진수 부사장은 "물을 꽉 채워서 깊은 터널로 흐르게 하려면 엄청난 수압이 발생하고 그러면 주변 구조물이 커져서 부담이 생긴다"며 "말레이시아 스마트 터널도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따로 분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지곤 ㈜유신 전무도 "복합터널은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한 장치와 유지관리를 위한 연결통로가 추가로 필요해 오히려 경제성·안전성 측면에서 더 불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는 복합터널 설치가 가능한지를 설계 과정에서 검토하겠지만, 반드시 다기능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빗물터널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한 만큼 과거처럼 경제성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손경철 서울시 치수안전과장은 "빗물터널 유입구 위치 선정과 공사 과정에서의 터널 발파 등 소음 문제가 주민 민원이 가장 많았던 부분"이라며 "무진동 공사 기술을 개발하고 터널이 혐오시설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주민과 소통하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한국수자원학회와 함께 대심도 빗물터널 기본계획을 포함해 수해 원인 분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에 다음 달 착수한다.
용역 기간은 8∼10개월로 예상하며, 빗물터널 악취 저감 연구도 별도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