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과학이다”에 체험·프리미엄 마케팅 결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에이스침대, 국내 침대회사 최초 매출 3000억원 돌파
‘침대는 과학이다’ 품질 경영 승부수 주효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고급 이미지도 입혀
에이스침대, 국내 침대회사 최초 매출 3000억원 돌파
‘침대는 과학이다’ 품질 경영 승부수 주효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고급 이미지도 입혀
국내 1위 침대회사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매출 3464억원을 거뒀다. 국내 침대회사가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전년(2895억원) 대비 실적 성장률은 19.6%에 달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가구 소비가 늘어나면서 침대 소비 역시 크게 뛴 게 실적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빠르게 팽창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해진 가운데 에이스침대가 1963년 창립 이후 꾸준히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품질 경영이 오늘날 에이스침대를 있게 한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다.
상황 1 1990년대 침대 시장 급성장
온돌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가정이 좌식 생활을 유지했다. 서양 문화인 침대는 호텔에서 사용하거나 소수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을 거치며 확 바뀌었다. 해외 문화 교류가 늘면서 침대 문화가 익숙한 국민이 빠르게 늘어나서다. 경제 성장과 함께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늘어난 것도 침대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1990년대 초 국내 침대 시장은 에이스침대, 시몬스, 썰타 등의 3강 구도로 짜였다. 토종 브랜드인 에이스침대와 해외 침대 브랜드의 국내 라이선스를 가진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에이스침대를 단숨에 업계 1위 침대회사로 끌어올린 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TV 광고였다.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제품을 보는 안목이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을 확 사로잡은 획기적인 광고 카피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에이스침대는 품질 경영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했다. 매트리스 제조에 필요한 전 공정을 충북 음성에 있는 공장에서 일괄 처리하는 것도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스프링을 비롯해 통기성 메모리 폼, 충전 솜, 패딩 등 핵심 소재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만큼 규격화된 품질의 매트리스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 연결형 스프링과 독립형 스프링의 장점을 결합해 2014년 개발한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이 좋은 예다. 이 스프링은 미국, 영국 등 15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할 정도로 글로벌 침대 업계에서도 주목한 제품이다. 에이스침대는 16년에 걸쳐 약 100억원을 투자해 이 스프링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70년대 등장한 4세대 오픈 타입 스프링 이래 40여년 만에 등장한 5세대 스프링이다.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은 최고급 소재와 에이스침대의 기술이 집약된 프리미엄 침대 ‘에이스헤리츠’를 비롯해 고급형 매트리스 ‘로얄에이스’, ‘하이브리드 테크’ 등 대부분의 에이스침대 매트리스에 적용됐다. 해당 매트리스는 누적 판매량이 40만 개를 돌파할 정도로 에이스침대의 주력 상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상황 2 오프라인 영업망 관리
오프라인 가구 소매 판매는 대부분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을 통해 이뤄진다. 전국적인 오프라인 판매점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임대료 및 인건비 등 부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매 판매만큼은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에이스침대 역시 대리점 판매 비중이 80%에 이른다. 대리점의 판매량이 늘수록 에이스침대의 수익도 커지는 구조다. 에이스침대가 소비자와의 접점인 대리점의 경영 안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
침대 판매점은 부피가 큰 침대를 전시해야 하는 만큼 큰 규모의 매장이 필요하다. 도심 주요 입지에 있던 침대 대리점들이 임대료가 오르자 외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에이스침대는 부지를 직접 매입해 건물을 짓거나, 도심 내 기존 건물을 매입해 대리점주에게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로 임대하는 ‘에이스 스퀘어’를 도입, 대리점주들의 안정적인 경영을 돕고 있다. 에이스 스퀘어의 모든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 역시 본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대리점주들의 초기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에이스침대는 대리점 2세 경영주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에이스 퓨처스 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 제품 지식은 물론 우수 매장의 경영 노하우 전달과 함께 세일즈, 고객 응대 커뮤니케이션 및 서비스 마인드 등 실제 매장 운영에 도움 되는 실무형 교육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세무 회계와 인사노무 교육 등 전문적인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에이스침대는 47년 업력의 최장수 에이스침대 대리점인 전주리오점을 비롯해 군산점(37년), 대전용전점(32년) 등 지역 상권의 터줏대감이 된 장수 대리점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자 직접 지원에 나섰다. 영업 피해가 큰 대구·경북 지역 34개 대리점을 포함해 전국 매장에 피해 규모와 매장 운영 형태에 따라 임대료 및 직원 인건비 일부를 두 차례에 걸쳐 총 20억원 지원했다.상황 3 코로나 이후 경쟁 과열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가구 소매판매액은 10조17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7%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가구 판매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침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에이스침대를 비롯한 시몬스, 씰리침대 등 침대 전문 브랜드뿐만 아니라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포시즌’을 앞세운 한샘 등 토털 인테리어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침대 업계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침대 업계에서 주목한 것은 체험형 매장이었다. 침대는 직접 누워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고품격의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며 소비자를 끌어당겼다.
에이스침대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인 에이스 스퀘어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에이스 스퀘어는 일반 매장보다 다양한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매장에 상주하는 침대 전문가의 안내와 함께 매트리스의 쿠션감과 크기 등을 비교해 자신에 꼭 맞는 매트리스를 선택할 수 있다. 에이스 스퀘어 체험존은 조명도 실제 침실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밝기 조절이 가능하다. 매장 내 브랜드 콘셉트 존도 마련돼 에이스침대의 역사와 수면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2020년 1분기 21개였던 에이스 스퀘어를 지난달 출점한 충주점을 포함해 총 34개로 늘렸다.
갤러리아·현대·롯데 등 주요 백화점에 ‘헤리츠 팝업스토어’를 출점하며 프리미엄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헤리츠는 에이스침대가 2016년 선보인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 제품으로 헤리츠 팝업스토어에선 이 라인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에이스침대의 성공에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 신뢰가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기 철저한 품질 경영을 도입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했다.
에이스 스퀘어 등 프리미엄 판매장을 도입해 침대 품질이 뛰어나다는 인식 위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히는 데도 성공했다.
민경진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이는 아마도 40대 이상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광고 카피 중 하나일 것이다. 에이스침대는 이 카피 하나로 소비자들에게 품질 높은 브랜드로 각인되었다.
이는 마케팅 이론 관점에서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로 설명될 수 있다. 프레이밍 효과는 어떤 ‘심리적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침대=가구”라는 시각으로 침대를 바라보면 일반적인 가구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속성들을 종합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침대=과학”이라는 시각으로 침대를 바라보면 침대의 기능적 품질, 효용적 가치에 보다 더 집중하게 된다.
이처럼 품질과 효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은 침대라는 “제품군의 특성”에도 적합하다. 마케팅에서는 (1) 필수품이냐, 혹은 사치품이냐, (2) 공공적 장소에서 사용되느냐, 혹은 개인적 공간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제품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공공적 장소에서 사용되는 사치품”의 경우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된다. 보통 이러한 제품군은 브랜드 이미지, 상징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시된다.
하지만 침대와 같이 “개인적 공간에서 사용되는 필수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제품의 기능과 품질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에이스침대는 바로 이러한 부분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했다고 판단된다. “침대=과학”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했고, 실제로 오랜 기간 ‘품질’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현재까지 품질 높은 침대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향후 에이스침대의 과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테다. 예를 들어, 최근 다양한 매트리스 렌털 업체들이 “침대도 빌려 쓰세요”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과거 에이스침대가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 성공했던 것처럼,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프레임이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MZ 세대들은 품질 못지 않게 브랜드 이미지, 가심비, 가치 소비 등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에이스침대와 같은 장수 브랜드의 경우,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브랜드 재활성화(Brand Revitalization)”를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유명하다. 학계에서도 이 카피의 성공을 다룬 연구들이 수행됐다. 한 연구는 이 카피가 침대를 ‘저관여에서 고관여 제품으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한다.
우선, 이 연구를 토대로 에이스침대의 성장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자. 에이스침대는 1963년 서울 금호동에서 ‘에이스침대 공업사’로 시작했다. 1970년대 초 서울 반포에 민영아파트가 들어서고 중산층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침대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침대산업이 형성되었다.
에이스침대는 1980년대 미국 씰리침대와 기술 제휴를 맺어 본격적으로 도약했다. 이후 자체 기술력과 유통망을 확보해 씰리와의 제휴를 끊었다.
1990년대 초 가구업계에 불황이 닥치면서 에이스침대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당시 10대 종합가구업체와 군소업체가 침대시장에 뛰어들면서 에이스침대는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그래서 자사 침대를 10대 가구업체와 차별화하고, 저관여 제품에서 고관여 제품으로 바꿀 방법을 고민했다.
관련 이론에 따르면 저관여에서는 행동적 학습이, 고관여에서는 인지적 학습이 필요하다. 에이스침대는 자사 침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저관여에서 고관여로 변화시키기 위해 인지적 학습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인드를 강력하게 바꿔줄 광고 카피를 만들기로 했다.
여러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침대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침대는 가구 고르듯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침대를 가구에 맞춰 선택해서는 안 된다→침대와 가구는 다르다→침대는 침대, 가구는 가구→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흐름이 나타났다.
마지막 문구를 광고에 사용하기로 하고,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는 근거로 인체공학, 수면공학에 의해 생산되는 과학적 제품이 곧 침대라는 뜻을 담아 ‘침대는 과학입니다’를 덧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광고 카피는 에이스침대가 오랫동안 침대 1위를 지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더해 품질 향상을 위한 에이스침대의 노력은 ‘에이스침대라면 믿고 구매할 만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광고와 실제 모습이 다르다면 소비자 신뢰는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에이스침대는 광고 카피에 걸맞은 연구 투자로 광고와 같은 과학적인 잠자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또 하나 에이스침대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에이스침대의 또 하나의 고객인 대리점주에 대한 다양한 배려이다. 나 혼자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는 기업이야말로 충분히 성장할 만한 자격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윤리경영과 고객만족경영의 좋은 실천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빠르게 팽창하는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해진 가운데 에이스침대가 1963년 창립 이후 꾸준히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품질 경영이 오늘날 에이스침대를 있게 한 주춧돌이 됐다는 평가다.
상황 1 1990년대 침대 시장 급성장
도전 1 ‘침대는 과학이다’ 품질 경영 승부수
온돌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가정이 좌식 생활을 유지했다. 서양 문화인 침대는 호텔에서 사용하거나 소수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 아시안게임과 서울 올림픽을 거치며 확 바뀌었다. 해외 문화 교류가 늘면서 침대 문화가 익숙한 국민이 빠르게 늘어나서다. 경제 성장과 함께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늘어난 것도 침대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1990년대 초 국내 침대 시장은 에이스침대, 시몬스, 썰타 등의 3강 구도로 짜였다. 토종 브랜드인 에이스침대와 해외 침대 브랜드의 국내 라이선스를 가진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에이스침대를 단숨에 업계 1위 침대회사로 끌어올린 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말로 유명한 TV 광고였다. 전반적인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제품을 보는 안목이 까다로워진 소비자들을 확 사로잡은 획기적인 광고 카피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에이스침대는 품질 경영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했다. 매트리스 제조에 필요한 전 공정을 충북 음성에 있는 공장에서 일괄 처리하는 것도 까다로운 품질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스프링을 비롯해 통기성 메모리 폼, 충전 솜, 패딩 등 핵심 소재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 만큼 규격화된 품질의 매트리스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연구개발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존 연결형 스프링과 독립형 스프링의 장점을 결합해 2014년 개발한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이 좋은 예다. 이 스프링은 미국, 영국 등 15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할 정도로 글로벌 침대 업계에서도 주목한 제품이다. 에이스침대는 16년에 걸쳐 약 100억원을 투자해 이 스프링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970년대 등장한 4세대 오픈 타입 스프링 이래 40여년 만에 등장한 5세대 스프링이다.
하이브리드 Z 스프링은 최고급 소재와 에이스침대의 기술이 집약된 프리미엄 침대 ‘에이스헤리츠’를 비롯해 고급형 매트리스 ‘로얄에이스’, ‘하이브리드 테크’ 등 대부분의 에이스침대 매트리스에 적용됐다. 해당 매트리스는 누적 판매량이 40만 개를 돌파할 정도로 에이스침대의 주력 상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상황 2 오프라인 영업망 관리
도전 2 직접 건물 지어 대리점주 비용 낮춰
오프라인 가구 소매 판매는 대부분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을 통해 이뤄진다. 전국적인 오프라인 판매점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임대료 및 인건비 등 부대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매 판매만큼은 개인사업자인 대리점주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에이스침대 역시 대리점 판매 비중이 80%에 이른다. 대리점의 판매량이 늘수록 에이스침대의 수익도 커지는 구조다. 에이스침대가 소비자와의 접점인 대리점의 경영 안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침대 판매점은 부피가 큰 침대를 전시해야 하는 만큼 큰 규모의 매장이 필요하다. 도심 주요 입지에 있던 침대 대리점들이 임대료가 오르자 외곽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에이스침대는 부지를 직접 매입해 건물을 짓거나, 도심 내 기존 건물을 매입해 대리점주에게 주변보다 저렴한 시세로 임대하는 ‘에이스 스퀘어’를 도입, 대리점주들의 안정적인 경영을 돕고 있다. 에이스 스퀘어의 모든 시설과 인테리어 비용 역시 본사가 부담하기 때문에 대리점주들의 초기 비용 부담을 크게 덜어줄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에이스침대는 대리점 2세 경영주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에이스 퓨처스 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 제품 지식은 물론 우수 매장의 경영 노하우 전달과 함께 세일즈, 고객 응대 커뮤니케이션 및 서비스 마인드 등 실제 매장 운영에 도움 되는 실무형 교육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세무 회계와 인사노무 교육 등 전문적인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에이스침대는 47년 업력의 최장수 에이스침대 대리점인 전주리오점을 비롯해 군산점(37년), 대전용전점(32년) 등 지역 상권의 터줏대감이 된 장수 대리점들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자 직접 지원에 나섰다. 영업 피해가 큰 대구·경북 지역 34개 대리점을 포함해 전국 매장에 피해 규모와 매장 운영 형태에 따라 임대료 및 직원 인건비 일부를 두 차례에 걸쳐 총 20억원 지원했다.
상황 3 코로나 이후 경쟁 과열
도전 3 에이스 스퀘어 체험형 기능 강화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가구 소매판매액은 10조17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7% 급증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가구 판매액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정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침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에이스침대를 비롯한 시몬스, 씰리침대 등 침대 전문 브랜드뿐만 아니라 매트리스 전문 브랜드 ‘포시즌’을 앞세운 한샘 등 토털 인테리어 브랜드까지 가세하면서 침대 업계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침대 업계에서 주목한 것은 체험형 매장이었다. 침대는 직접 누워보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고품격의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며 소비자를 끌어당겼다.
에이스침대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체험형 매장인 에이스 스퀘어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에이스 스퀘어는 일반 매장보다 다양한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매장에 상주하는 침대 전문가의 안내와 함께 매트리스의 쿠션감과 크기 등을 비교해 자신에 꼭 맞는 매트리스를 선택할 수 있다. 에이스 스퀘어 체험존은 조명도 실제 침실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밝기 조절이 가능하다. 매장 내 브랜드 콘셉트 존도 마련돼 에이스침대의 역사와 수면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2020년 1분기 21개였던 에이스 스퀘어를 지난달 출점한 충주점을 포함해 총 34개로 늘렸다.
갤러리아·현대·롯데 등 주요 백화점에 ‘헤리츠 팝업스토어’를 출점하며 프리미엄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헤리츠는 에이스침대가 2016년 선보인 최상위 프리미엄 라인 제품으로 헤리츠 팝업스토어에선 이 라인 제품들을 직접 체험해보고 구매할 수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침대는 한 번 구매하면 평균 7년 이상 사용할 만큼 구매 주기가 긴 상품이다. 평소에 브랜드에 대한 팬덤을 꾸준히 모아 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핵심 전략이다.에이스침대의 성공에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 신뢰가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기 철저한 품질 경영을 도입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해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했다.
에이스 스퀘어 등 프리미엄 판매장을 도입해 침대 품질이 뛰어나다는 인식 위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히는 데도 성공했다.
민경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이는 아마도 40대 이상의 소비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광고 카피 중 하나일 것이다. 에이스침대는 이 카피 하나로 소비자들에게 품질 높은 브랜드로 각인되었다.
이는 마케팅 이론 관점에서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로 설명될 수 있다. 프레이밍 효과는 어떤 ‘심리적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침대=가구”라는 시각으로 침대를 바라보면 일반적인 가구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속성들을 종합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침대=과학”이라는 시각으로 침대를 바라보면 침대의 기능적 품질, 효용적 가치에 보다 더 집중하게 된다.
이처럼 품질과 효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은 침대라는 “제품군의 특성”에도 적합하다. 마케팅에서는 (1) 필수품이냐, 혹은 사치품이냐, (2) 공공적 장소에서 사용되느냐, 혹은 개인적 공간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제품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공공적 장소에서 사용되는 사치품”의 경우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된다. 보통 이러한 제품군은 브랜드 이미지, 상징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시된다.
하지만 침대와 같이 “개인적 공간에서 사용되는 필수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제품의 기능과 품질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에이스침대는 바로 이러한 부분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했다고 판단된다. “침대=과학”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했고, 실제로 오랜 기간 ‘품질’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현재까지 품질 높은 침대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향후 에이스침대의 과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일 테다. 예를 들어, 최근 다양한 매트리스 렌털 업체들이 “침대도 빌려 쓰세요”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과거 에이스침대가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 성공했던 것처럼,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프레임이 될 수 있다.
또한 최근 MZ 세대들은 품질 못지 않게 브랜드 이미지, 가심비, 가치 소비 등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에이스침대와 같은 장수 브랜드의 경우,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브랜드 재활성화(Brand Revitalization)”를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에이스침대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유명하다. 학계에서도 이 카피의 성공을 다룬 연구들이 수행됐다. 한 연구는 이 카피가 침대를 ‘저관여에서 고관여 제품으로’ 변화시켰다고 평가한다.
우선, 이 연구를 토대로 에이스침대의 성장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자. 에이스침대는 1963년 서울 금호동에서 ‘에이스침대 공업사’로 시작했다. 1970년대 초 서울 반포에 민영아파트가 들어서고 중산층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침대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침대산업이 형성되었다.
에이스침대는 1980년대 미국 씰리침대와 기술 제휴를 맺어 본격적으로 도약했다. 이후 자체 기술력과 유통망을 확보해 씰리와의 제휴를 끊었다.
1990년대 초 가구업계에 불황이 닥치면서 에이스침대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당시 10대 종합가구업체와 군소업체가 침대시장에 뛰어들면서 에이스침대는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그래서 자사 침대를 10대 가구업체와 차별화하고, 저관여 제품에서 고관여 제품으로 바꿀 방법을 고민했다.
관련 이론에 따르면 저관여에서는 행동적 학습이, 고관여에서는 인지적 학습이 필요하다. 에이스침대는 자사 침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저관여에서 고관여로 변화시키기 위해 인지적 학습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인드를 강력하게 바꿔줄 광고 카피를 만들기로 했다.
여러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침대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침대는 가구 고르듯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침대를 가구에 맞춰 선택해서는 안 된다→침대와 가구는 다르다→침대는 침대, 가구는 가구→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흐름이 나타났다.
마지막 문구를 광고에 사용하기로 하고,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는 근거로 인체공학, 수면공학에 의해 생산되는 과학적 제품이 곧 침대라는 뜻을 담아 ‘침대는 과학입니다’를 덧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광고 카피는 에이스침대가 오랫동안 침대 1위를 지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더해 품질 향상을 위한 에이스침대의 노력은 ‘에이스침대라면 믿고 구매할 만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광고와 실제 모습이 다르다면 소비자 신뢰는 요원한 일이다. 그러나 에이스침대는 광고 카피에 걸맞은 연구 투자로 광고와 같은 과학적인 잠자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또 하나 에이스침대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에이스침대의 또 하나의 고객인 대리점주에 대한 다양한 배려이다. 나 혼자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는 기업이야말로 충분히 성장할 만한 자격이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윤리경영과 고객만족경영의 좋은 실천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