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물가·환율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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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2.25→2.50%, 0.25%p↑…작년 8월 이후 1년 새 2.00%p 뛰어
한미 금리 같아져…9월 연준 '빅스텝'만으로도 다시 뒤집힐 듯
금통위 "물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 금리인상 기조 지속 필요"…추가 인상 시사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와 원/달러 환율 등을 고려해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5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5월 전망치(2.7%·2.4%)를 하회하는 2.6%, 2.1%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4.5%·2.9%)를 크게 상회하는 5.2%, 3.7%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은도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공식적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년만에 가장 높은 5.2%로 올려잡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0.1%포인트 낮췄다.
아울러 금통위는 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 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날까지 약 1년 사이 0.25%포인트씩 여섯 차례, 0.50%포인트 한 차례, 모두 2.00%포인트 높아졌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것은, 아직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 출석해 "물가 (상승률) 수준이 2∼3%면 국민이 물가 상승을 못 느끼고 경제활동을 하지만 6∼7%가 되면 (상승세가) 가속된다"며 "6%를 넘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거시적 측면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로 역대 최고였던 7월(4.7%)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대를 웃돌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약간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하반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 대응 차원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물가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인상의 중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격차를 좁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처지였다.
특히 연준의 7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통화 긴축 의지가 다시 확인된 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346.6원(장중)까지 뛰자 금리 인상 필요성은 더 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은 불가피했다"며 "물가 상승세가 워낙 거세고 한·미 금리 역전을 장기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지만, 다음 달 미국 연준이 최소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큰 만큼 곧 미국 우위로 다시 뒤집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준의 자이언트 또는 빅 스텝에 대응해 금통위도 다시 빅 스텝에 나서기에는 경기 상황이 불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때문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한은으로서도 0.5%포인트를 올리기에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도 최근 경기 침체 가능성 때문에 연준이 내년 중반께 통화 긴축 기조를 멈추거나 완화하는 쪽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이 한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한미 금리 같아져…9월 연준 '빅스텝'만으로도 다시 뒤집힐 듯
금통위 "물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 금리인상 기조 지속 필요"…추가 인상 시사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와 원/달러 환율 등을 고려해 사상 처음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5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2.25%인 기준금리를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앞으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면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5월 전망치(2.7%·2.4%)를 하회하는 2.6%, 2.1%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낮아질 수 있겠지만,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4.5%·2.9%)를 크게 상회하는 5.2%, 3.7%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은도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공식적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4년만에 가장 높은 5.2%로 올려잡고,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0.1%포인트 낮췄다.
아울러 금통위는 금리 인상 배경과 향후 방향에 대해 "국내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지고 대내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향후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자본 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4월, 5월, 7월에 이어 이날까지 약 1년 사이 0.25%포인트씩 여섯 차례, 0.50%포인트 한 차례, 모두 2.00%포인트 높아졌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한 것은, 아직 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 출석해 "물가 (상승률) 수준이 2∼3%면 국민이 물가 상승을 못 느끼고 경제활동을 하지만 6∼7%가 되면 (상승세가) 가속된다"며 "6%를 넘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거시적 측면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3% 뛰었다.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향후 1년의 예상 물가 상승률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3%로 역대 최고였던 7월(4.7%)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4%대를 웃돌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약간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하반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은이 물가 대응 차원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물가뿐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상태도 인상의 중요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한국(2.25%)보다 높아졌다.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격차를 좁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환율 변화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의 위험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처지였다.
특히 연준의 7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통화 긴축 의지가 다시 확인된 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1,346.6원(장중)까지 뛰자 금리 인상 필요성은 더 커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은 불가피했다"며 "물가 상승세가 워낙 거세고 한·미 금리 역전을 장기간 그대로 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이 같아졌지만, 다음 달 미국 연준이 최소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큰 만큼 곧 미국 우위로 다시 뒤집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준의 자이언트 또는 빅 스텝에 대응해 금통위도 다시 빅 스텝에 나서기에는 경기 상황이 불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때문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한은으로서도 0.5%포인트를 올리기에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도 최근 경기 침체 가능성 때문에 연준이 내년 중반께 통화 긴축 기조를 멈추거나 완화하는 쪽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런 부분이 한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