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따라잡기

"中 목표 성장률 달성 못해…제로 코로나는 고수"
"증시 단기적 반등 어려워, 장기적 접근 필요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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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공장이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 조짐을 보이자 정부 차원의 대규모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증시는 최근 미국과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와 함께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 눈치 보기 장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단기적으로 반등이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중국 전망 10개의 질문'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BoA는 "중국 경제성장률은 대규모 정책 지원이 없으면 하반기에 실질적인 개선이 제한적"이라며 "시장이 예상하는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3.8%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로 5.5% 안팎으로 제시했으나 상반기 성장률이 2.5%에 그치면서 사실상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졌다. 시장이 제시한 중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3.8%)는 1990년 이후 전염병 사태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위기의 부동산 시장…내년까지 '제로코로나' 예상

중국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처하면서 전반적인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부터 부동산 거품을 우려해 규제를 강화하자 시장이 경색됐다. BoA는 향후에도 중국 내 주택 건설과 수요는 취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를 비롯해 다수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가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자금난은 고스란히 중국인들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아파트 사업이 좌초되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하루아침에 갈 곳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결국 수분양자들은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상환을 거부하는 운동까지 벌이고 있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BoA는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 등 중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오는 11월 중국 최고 지도부 교체 후에도 봉쇄 조치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자체 생산 백신이 새로운 변종에 취약하고, 고령 인구에서 백신 접종률이 여전히 낮다고 판단했다.

美 증시 떠난 中기업, 어디로 가나

미국 증시에서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중국 기업들이 홍콩 증시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 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독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어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중국 기업 159곳을 상장폐지 예비 명단에 추가했다.

이는 2020년 통과된 미국의 외국기업책임법(HFCAA)상 자국 회계기준을 3년 연속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미 증시 상장 중국 기업은 270곳이다.

이달 초 중국의 5개 기업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BoA는 미국 증시를 떠난 중국기업들이 우선 홍콩 증시로 이동할 봤다. 본토 시장에 상장함에 따라 줄어든 유동성을 상쇄할 것이란 설명이다.

미·중 화해 가능성은?

최근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졌지만, 중국의 훈련이 대만·미국과의 실질적인 충돌로 이어지진 않아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내놨다.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국제적으로 문제를 키울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BoA는 중국 정부가 대만을 둘러싼 국제적 분쟁보단 자국 경제를 우선시할 것으로 봤다.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 개선 여부는 오는 11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1월 동남아시아를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동할 경우 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BoA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대(對)중국 관세 철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양국 관계 개선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中 증시 반등 가능성은?

중국 증시 전망과 관련해선 단기적으로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봤다. BoA는 중국 증시가 지난 3월 바닥을 찍은 뒤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작년 수준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제로 코로나 정책 등 여전히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소가 많다고 판단했다.

에히와리오 에페이니(Ehiwario Efeyini) 시장 담당 선임 전략가는 "여전히 단기 투자에 대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중국 증시가 상승 추세로 가기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현재 밸류에이션을 감안해 장기적인 관점에선 반도체·클라우드·로봇공학·생명공학·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야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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