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독권에 대해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이 합의할 거란 소식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던 중국 기업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증권 당국이 미국에 상장된 자국 기업과 이들의 회계법인이 회계 감사보고서와 관련 데이터를 본토에서 홍콩으로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할 거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회계 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 소속 감사관들이 홍콩을 방문해 중국 기업들의 기록을 현장 감사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최근 몇몇 중국 기업과 회계법인들에 이러한 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PCAOB 감사관들이 이르면 다음달 홍콩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최종 합의는 미국이 중국 기업들의 감사보고서에 대해 접근 권한을 완전히 보장받았다고 판단했을 때 이뤄질 것이라고 WSJ은 보도했다.

미국 규제 당국은 중국 기업에 감사 서류 원본을 요구하는 중이다. 회계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전에 수정되지 않은 서류에 대한 ‘완전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 감사는 중국 기업을 조사하는 과정의 일부다”며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가 성사되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회계 감독권 문제를 둘러싼 미·중 사이의 오랜 갈등이 해소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 규제당국은 PCAOB가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를 직접 감사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중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기업들이 미국 당국의 감사를 직접 받는 걸 막아왔다.

미국은 2020년 외국기업책임법(HFCAA)을 도입했다. 회계 조작으로 수조 원대의 손실을 낸 루이싱커피 사건 등을 기점으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미국 내 회계기준을 3년 연속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 기업들은 증시에서 퇴출당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270곳 중 상장폐지 예비 명단에 올라 있는 기업은 159곳이다.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JD)닷컴 등 중국 대표 정보기술(IT) 업체들도 상장폐지 예비명단에 포함됐다.

상장폐지 위기가 완화되자 중국 기업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합의 가능성이 높아진 25일 알리바바(7.97%), 징둥닷컴(9.2%), 바이두(8.73%) 등이 급등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