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내버로
토니 시아라 포인터 지음
허성심 옮김 / 흐름출판
368쪽│1만9800원
20년 경력 FBI 출신 저자 자기계발서
영어 몰라 왕따 당했던 쿠바 난민 소년
또래 몸짓 관찰하며 비언어 소통 익혀
범죄자들 만나며 인간의 본성 탐구
비범한 사람들의 특징 제시
'매일 이불 개기'처럼 쉽지만 귀찮은 일
해낸 사람, 복잡한 미래 설계도 가능
관찰·소통·행동력·심리적 안정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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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설계자>는 FBI 출신인 조 내버로(사진)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즉 비범한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해 쓴 자기계발서다. 내버로는 세계 최고의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이자 행동분석가로 꼽힌다. 2003년 FBI에서 은퇴한 뒤에도 미국 국무부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서 그가 집필한 소통 전략 도서 <FBI 행동의 심리학>은 한국에서만 20만 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그와 30년 경력의 편집자이자 출판 컨설턴트 토니 시아라 포인터가 함께 <자기 설계자>를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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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별로는 구체적 조언을 담았다. 예컨대 자기 통제력은 자신의 삶과 성장을 스스로 설계하고 지휘하는 힘을 말한다. 자기를 관찰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어느 것에 뛰어난가?’ ‘내가 향상할 수 있는 영역은 어느 것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책은 말한다. 삶을 바꾸기 위해 “매일 아침 침대를 정리하라” 등 일상에서 시도해볼 만한 방법부터 소개한다.
조언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저자는 흔한 교훈에 FBI 특수요원의 경험을 덧붙여 집중도와 설득력을 끌어올린다. ‘관찰력을 높이라’는 문장은 뻔하다. 그러나 해발 2500피트(762m) 상공에서 비행기를 몰다가 교관이 갑자기 엔진을 꺼버리고 “지금 당장 비상 착륙할 수 있는 장소가 어디야!” 다그쳤던 경험을 더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관찰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적은 ‘12가지 몸짓 언어의 의미’ 같은 것도 저자의 이력 때문에 의미를 갖는다.
FBI에서 관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훈련하는지도 들려준다. FBI 특수요원이 아니더라도 써먹을 법하다. 한 외상외과 의사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심각한 장기 손상을 입은 자동차 사고 환자가 들어올 때 그의 죽음을 막을 수 있도록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몇 분뿐입니다. 내가 얼마나 빨리 처치하느냐는 증상을 관찰하고 환자의 흉강으로 진입하는 내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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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쿠바 난민 소년이었다가 FBI 특수요원이 된 한 남자’의 에세이라고 접근해도 읽을 만하다. 쿠바 공산주의 혁명 이후 여덟 살에 미국으로 피난 온 내버로의 가족은 무일푼인 채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영어를 할 줄 모르고 농구나 디즈니랜드 캐릭터를 알지 못하던 소년 내버로는 또래 무리에 섞이기 힘들었다.
친구들의 몸짓을 관찰하고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일기에 기록했다. 그가 브리검영대에 입학한 1971년만 해도 몸짓 언어가 학문으로 인정받기 전이었다. 그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대한 독학을 이어갔고, FBI 요원으로 선발됐다.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간첩과 테러리스트, 인질범을 잡아들였고 10권이 넘는 책을 썼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해마다 강연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비범한 사람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책은 강조한다. 살아있는 한, 삶을 일구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 그 사실이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우리의 잠재력에 대한 희망을 주기도 한다. “비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토너먼트 경기에서 우승하는 게 아니다. 비범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평생에 걸친 긴 여정이다.” 원제는 ‘비범해져라(Be exceptional)’.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