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30개 키워드로 읽는 동남아 이야기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 중국에 이어 한국 제2의 교역 대상. 여기에 쌀국수, 팟타이, 월남쌈 등 친근한 먹거리까지. 모두 동남아시아와 관련된 얘기다. 한국과 동남아는 여러 방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동남아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다.

<키워드 동남아>는 강희정 김종호 등 서강대 동아연구소 연구자들이 키워드 중심으로 동남아를 쉽게 풀어낸 책이다. 동남아의 역사 문화 정치를 망라한 30개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동남아가 한눈에 보인다.

동남아라는 지역적 구분은 사실상 1943년 처음 만들어졌다. 미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해 연합군 사령부를 스리랑카에 설치하고 이를 ‘동남아시아 사령부’라고 부르면서 동남아라는 지역 명칭이 일반화됐다. 동남아에는 모두 11개국이 있다. 이 가운데 동티모르를 제외한 10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즉 아세안(ASEAN)을 결성해 지역적 정체성을 공유하며 협력하고 있다. 대부분 넓은 영토에 민족 구성도 복잡하며 언어와 문자, 종교와 문화도 다양하다.

‘바나나 머니’는 제국주의가 동남아에 미친 영향을 잘 보여주는 키워드다. 동남아는 고온다습한 기후 덕분에 바나나 등 작물 재배에 유리했는데, 이는 제국주의 세력이 동남아에 주목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페라나칸 혼례’ 역시 동남아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페라나칸은 중국에서 건너온 이주민과 말레이시아인의 혼혈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섞이는 과정에서 문화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다자외교는 아세안의 외교 양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라자라트남 싱가포르 초대 외무장관이 “태양이 여러 개일 때야말로 작은 행성들은 항해의 자유를 더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 지역의 권력이 한 나라에 몰리는 것을 우려하는 발언이다. 저자들은 “여러 강대국 사이에서 주체성을 간직하며 국익을 추구할 과제가 있는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