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이유 없이 아픈 '만성질환 환자'…"환자의 일상 이해해야 치료"
파출소 부소장인 하워드는 허리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자신의 연약한 허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부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지만, 가족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20년 동안 통증을 극복하기 위해 수십 명의 의사를 만나고 다양한 치료를 받았다. 아무도 정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찾지 못했고 그는 만성 통증이 그의 삶을 망쳤다고 생각한다.

생물의학적 원인이 없는데도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인간관계나 심리학적 문제가 신체적 통증이나 내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만성 통증을 앓는 환자들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주변인들이 환자의 아픔이 진짜인지 의심하는 상황을 경험한다.

아서 클라인먼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우리의 아픔엔 서사가 있다>에서 한 사람의 삶과 그의 질병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파헤친다. 그는 50대 후반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내를 10여 년간 직접 간병한 경험과 수많은 질병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환자들을 진료한 경험을 풀어낸다. 그는 “만성질환은 환자의 삶과 궤도를 같이하며, 신체에 담긴 ‘질병 서사’를 이해해야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단순히 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질병을 앓게 된 인생의 무게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42세의 미국인 변호사는 천식으로 고통받았다. 의뢰인에게 해임당한 마흔 살 생일부터 호흡곤란을 겪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생일 파티 이후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알레르기와 우울증 치료를 같이 받았다. 법조계에서 성공하지 못하리란 자괴감에 빠지면서 스트레스가 신체적 문제까지 영향을 미쳤다. 결국 심리치료를 통해 천식까지 없애는 데 성공한다.

직장 상사의 괴롭힘과 자기 비하의 연민에 빠진 한 남자는 15년간 만성 복통에 시달렸다. 고학력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지 않은 직업을 가진 남성은 자신의 인생을 실패로 여겼다. 저자는 사회적 지지가 부족한 저소득층은 질병과 죽음을 마주할 확률이 더 높다고 진단한다. 질병의 원인은 개인의 서사뿐만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