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보호·육성에서 경쟁으로
1980년 9월 취임한 전두환 대통령은 정의에 집착했다. ‘정의 사회 구현’을 외쳤고, 민주정의당을 창당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전임 대통령의 강력한 산업정책 때문에 그 격차는 생각보다 컸다. 대통령은 이걸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그해 12월 8차 개헌을 하면서 헌법에 “국가는 중소기업의 사업활동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제6공화국이 출범한 1988년 2월 9차 개헌에서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고 수정됐다. 이게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 40년 중소기업은 보호·육성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예외가 없었다. 약간의 관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진보는 양극화를 해소하고자, 보수는 시장실패를 교정하고자 보호·육성을 활용했다. 경제 위기가 닥치면 보호·육성은 더 짙어졌다. 기업 규모를 키우는 것도 보호로 접근했고, 경쟁력 향상도 육성으로 풀었다.

2020년 전체 중소기업 숫자는 728만 개다. 코로나19가 한창이었음에도 중소기업 숫자는 전년에 비해 39만 개 증가했다. 올해 지난 8개월 동안 공모를 시작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은 모두 1541개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하는 과정이라 좀 많아졌다. 변치 않는 사실은 중소기업이 많아질수록 지원 사업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는 적다.

이제 바꿔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지금 우리는 산업화를 대신할 그 무엇을 찾고 있다. 한국 경제는 시장경제의 기초 위에 세워졌다. 시장경제는 경쟁으로 완성된다. 중소기업 정책도 경쟁의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여기에 보호·육성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업해 시장을 개척했다면 처음에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에 더 많은 중소기업이 진입해 경쟁할 수 있도록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하나의 중소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면 보호·육성의 장막을 거두고 당당하게 대기업과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이게 공정이며, 그래야 경쟁을 통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건강한 시장경제를 완성할 수 있다. 지금 논쟁에 휘말린 적합업종 제도도 이런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적으로 경쟁 중심의 중소기업 정책을 시작하긴 어렵다. 정치적 부담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보호·육성이 짙어질수록 중소기업 숫자는 늘겠지만, 성장은 더딜 것이다. 우리는 시장경제에서 중소기업 성장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그 진지한 고민을 공론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