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재편 지원할 때 대기업·中企 차별해선 안돼"
“정부가 기업의 사업재편을 지원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할 이유는 없습니다.”

일본 회사법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간다 히데키 가쿠슈인대 교수(69·사진)는 최근 도쿄 니시무라법률사무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기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한다면 기업과 국가 경제 발전 모두에 도움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간다 교수는 일본 정부가 회사법 관련 주요 법안을 마련할 때 빼놓지 않고 조언을 구하는 전문가다. 도쿄대 명예교수를 지냈고, 니시무라법률사무소에서 고문을 맡고 있다. 2020년에는 일본 상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일왕으로부터 ‘자수포장(일본 정부 훈장)’을 받기도 했다.

간다 교수는 “일본 산업경쟁력강화법은 산업의 근간인 기업을 돕기 위한 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다양한 특례 제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며 “산경법에 특례 조치가 많이 도입된 것은 기업의 요구사항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산경법이 사업재편 지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를 두지 않는 것과 관련해 “모든 기업의 필요를 최대한 반영해야 지원책이 조금이라도 더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교환을 통한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한 2018년 산경법 개정과 지난해 도입된 화상 주주총회도 기업의 필요를 반영한 지원 제도로 꼽았다. 화상 주주총회는 장소와 관계없이 어디서나 온라인 주총을 개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화상 주주총회가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다. 주식 교환 M&A 활성화 제도에 대해선 “현금을 대가로 한 M&A 경우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고, 합병 후에도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이를 보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다 교수는 일본 정부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 “자국 내 기업 M&A를 사업재편의 일환으로 보고 최대한 심사를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 사업재편에 나서는 이유는 무언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제도를 만들어 두는 것은 꼭 필요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