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잭슨홀 미팅이 25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전 세계 투자자의 시선은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폭을 유추할 수 있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메시지로 향하고 있다.

시장에선 ‘빅스텝’(0.5%포인트 인상)보다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직접적인 단서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지역 연방은행(연은) 총재들도 이날 금리 인상폭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긴축 의지만 재차 강조했다. 다음달에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 이후에야 Fed가 금리 인상폭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잭슨홀 미팅은 미 북서부 와이오밍주에 있는 휴양지인 잭슨홀에서 27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파월 의장의 연설이다. 26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6일 오후 11시)로 예정됐다.

막 오른 잭슨홀 미팅…파월, 금리 인상폭 힌트 줄까
파월 의장은 1년 전 이 자리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미국의 물가 상승세는 가팔라졌다. 시장의 관심은 Fed가 다음달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으로 후퇴할지, 아니면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을지에 쏠려 있다.

미국에선 최근 고공행진하던 휘발유값 등이 진정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 신호도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Fed가 빅스텝으로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경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폭을 속 시원히 밝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CNBC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목표 아래 모든 화력을 금리 인상을 통해 쏟아부을 것이란 의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파월 의장이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날 각 지역 연은 총재들도 구체적인 금리 인상폭을 언급하지 않았다.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연은 총재는 “0.5%포인트와 0.75%포인트 인상 중 어느 것이 적절한지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정도로 금리가 높지 않다”며 “연말까지 금리를 연 3.75~4.0%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장에선 Fed가 자이언트스텝을 이어갈 확률이 더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26일 오전 1시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 시장에서 Fed가 다음달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63%로, 전날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37%에 그쳤다.

Fed의 금리 인상폭을 예측할 수 있는 명확한 단서는 다음달 13일 발표될 8월 CPI가 될 것으로 보인다. 7월에 이어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어진다면 빅스텝에 힘이 실리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커진다. 6월 9.1%를 기록한 CPI 상승률은 7월 8.5%로 낮아졌다.

잭슨홀=정인설 워싱턴 특파원/허세민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