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의 한숨, 서민의 땀, 사회적 약자의 눈물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26일 오전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1박2일 일정의 연찬회를 마무리하며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결의문을 읽어내렸다. 하지만 연찬회 종료 한 시간여 만에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인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버스와 승용차로 서울 등으로 이동하던 의원들은 차량 안에서 “법원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집권 후 첫 의원 연찬회로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참석해 당과 지도부에 힘을 실었던 행사의 빛이 바랜 순간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채택한 결의문에서 “당내 갈등에 대해 사과하고 민생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대한민국 위기 속에 민생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지 못했다. 당내 갈등으로 심려만 더 끼쳐드렸다”며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해 주신 절절한 마음을 잘 알기에 사과드리고 철저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비대위를 구성했고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며 “윤석열 정부와 함께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민생의 한숨, 서민의 땀, 사회적 약자의 눈물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의원들은 또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약속으로 경제 회복과 서민 위기 극복을 위한 민생 정당, 국민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여야 협치를 넘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고, 민간 분야 규제 혁신과 연금·노동·교육 분야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결의했다.

하지만 이런 결의와 각오는 법원 결정으로 무색해졌다. 법원이 비대위 출범 정당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만큼 결의문 실천에 앞서 다시 대혼란에 빠진 당의 지도체제를 정비해야 할 처지가 됐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틀에 걸친 연찬회가 정부 장·차관과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굉장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서도 “일치단결해서 민생을 챙기고 국가를 위해 다시 한번 열심히 하자고 결의를 다지니까, 그 시간에 맞춰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은 굉장히 정치적인 의사결정 같다”고 말했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최대 관심사였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시기가 논의됐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