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94%가 범법자 될 판…"1000명 중 1명만 실수해도 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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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경직된 주52시간제 개선 필요"
근로자가 1026명인 A 사업장에서는 근무자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근로자 1명이 급하게 대체 근무를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1주 52시간을 넘겨 근무하게 됐다.
근로자 169명인 B 사업장은 외부 감사를 받고 신입 사원이 들어와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근로자 2명이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 근무했다.
고용부가 밝힌 '주52시간제 위반' 사업장 사례다. 전반적으로 법을 잘 지키고 있는 사업장이지만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위법 사업장'으로 낙인 찍혔다.
주52시간제 단속을 관할하는 주무 부서인 고용부 조차 현행 근로시간 규제 방식의 과도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주52시간제를 유지하면서 사유에 따라 탄력적으로 연장근로를 운용할 수 있다면, 평소 법을 잘 준수하는 사업장들이 불필요하게 위법 사업장으로 내몰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고용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22년 상반기 장시간 근로감독'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1000명 중 1명만 실수해도 위법 사업장
이번 근로감독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대표적인 '취약 직종'으로 꼽히는 돌봄업종 340개소와 제조업·소프트웨어개발업·금융업·사업지원 서비스 업 등 지역별 취약업종 158개소 등 총 498개소를 대상으로 실시됐다.그 결과 498개소 중 94.4%에 달하는 470개소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한도 위반 및 연장근로 가산수당 과소 지급 등 총 2252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256개소에서는 근로조건 미명시, 270개소에서는 취업규칙 작성·신고 위반 등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2249건의 시정시지가 내려졌으며 과태료는 3건에서 부과됐다.
전체 498개소 중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확인된 사업장은 48개소(9.6%)였으며, 초과 근로 시간은 평균 주 6.4시간 정도였다. 업종별로 따지면 돌봄 업종 340개소 중에서는 8개소(평균 9.7시간)였지만, 지역별 취약업종 158개소 중에서는 40개소(평균 5.8시간)였다.
다만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주52시간을 넘겨 일을 시킨 사업장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연장근로시간 제한을 위반한 48개 사업장 중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 수 대비해 초과 근로자 숫자가 절반(50%)을 넘긴 사업장은 6개에 그쳤다. 전체 근로자의 5% 미만만 위반한 사업장이 18개로 가장 많았다.
주52시간제 위반과 결부되는 '임금 미지급'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193개소에서 연차미사용수당, 연장·휴일수당 미지급 등 총 16억9361만원의 금품 미지급이 적발됐다. 하지만 돌봄 업종 사업체의 경우 총 체불액 5억5000만원 중 3000만원 이상 체불한 6개 업체가 전체 금액의 62.1%인 총 3억4000만원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력적 근로 허용하면 '범법 사장님' 줄어
이정한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사업장 전체적으로는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고 있음에도 1∼2명의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있다"며 "현행 근로시간 규제 방식이 합리적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이어 "간헐적,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근로시간 관리의 어려움에는 탄력적으로 대응해 (사업주가) 주52시간제 준수할 수 있는 선택권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돌봄업종에서는 근로시간 제한의 주된 위반 사유가 △작업량 예측 어려움 △업무량 급증 △교대제 근로자의 백신접종과 코로나 19 확진 △돌봄서비스 대상 인원 증가 △예산 처리와 감사 준비 등 일시적 사유였다. 지역별 취약업종에서도 △수주 후 생산 방식으로 인한 작업량 예측 어려움 등이 주된 위반 사유로 꼽혔다.
약간의 근로시간 유연성만 주어진다면 근로시간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공인노무사는 "위반율이 94.4%라면 법의 효용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한다"며 "근로시간 운용에 숨통을 틔워주면 사업주도 비범죄화하는 동시에 근로자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부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 등을 통해 주52시간제의 큰 틀을 유지하되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근로시간제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