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 감독권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 측 감사를 거부해 퇴출될 예정이었던 중국 기업들이 뉴욕증시에 잔류하게 될 전망이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를 미국 규제당국이 감독할 수 있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미국의 회계 감독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중국 당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을 감독할 수 있게 됐다. FT는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협상이 획기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그간 PCAOB는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회계를 직접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국가 주권이 침해되고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자국 기업을 감사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결국 미국은 2020년 말 자국 회계기준에 3년 연속 미달한 외국 기업을 퇴출하도록 하는 외국회사 문책법을 도입했다. 사실상 PCAOB의 뜻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였다.

이번 합의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알리바바, 바이두 등 2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2024년 초부터 뉴욕증시에서 퇴출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270곳 중 상장폐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업체는 159곳이다. 중국 석유기업인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등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국영기업 5곳은 이달 자진 상장폐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알리바바는 홍콩증시에 이중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면서 많은 중국 기업이 뉴욕증시에서 쫓겨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다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번 협약은 PCAOB가 실제로 중국 기업에 대해 완전한 조사를 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며 “만약 그렇게 할 수 없다면 200여 개의 중국 상장사 주식이 뉴욕증시에서 거래되는 것이 금지될 수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