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비둘기' 4가지 이유…뉴욕 증시, 먼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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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는 개장 전부터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1조 위안 규모의 대규모 부양책을 꺼내놓으면서 홍콩 증시 등이 상승한 게 영향을 줬습니다. 헨리 앨런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안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달랬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중국 경제가 이런 부양책을 통해 금세 살아날 것으로 보는 월가 금융사는 많지 않습니다. 코로나 제로 정책 탓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인구의 자연 면역력이 부족하고 고령자의 예방 접종률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중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을 단기간에 철회하기는 어렵다.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포함한 전통적 부양 조치는 이러한 상황에서 덜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다소 제약을 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재정 부양책도 이미 올해 지방정부의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등 선제 집행하고 있는데, 올해 추가 부양책은 내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쨌든 뉴욕 증시는 오전 9시 30분 0.1~0.6%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개장 전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연율 -0.6%로 속보치(-0.9%)보다 개선됐습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등 3단계로 발표됩니다. 또 국내 총소득(GDI)은 2분기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간단히 말해서 경제는 냉각되고 있지만, GDP가 나타내는 것만큼 빠르지는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머케터스센터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 경제 침체는 마이너스 GDI가 동반됐습니다. 간단히 말해 2분기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또 전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3000건으로 전주보다 2000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예상치 25만5000건을 밑돌았지만 4주 이동평균 24만7000건과 비슷합니다. 지난 7월 초 이래 수치는 25만 건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라스무센은 "Fed가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6월 중순부터 랠리를 벌였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라며 "이날 수치는 Fed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연착륙 가능성도 커졌다"라고 중립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투자자 관심은 내일 아침 10시(한국시간 26일 밤 11시)로 예정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에 쏠려 있습니다. 전날부터 잭슨홀에 모인 Fed 인사들이 줄줄이 언론 인터뷰에 나오고 있습니다. 잭슨홀 회의를 주최하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Fed가 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로 금리를 올리지 못했고, 해야 할 일이 남았다. 금리가 4%를 상회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감축의 조합을 지켜보면서 경제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필라델피아 연은의 패트릭 하커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를 웃도는 수준까지 인상하고, 한동안 그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리가 3.4%를 넘어서면 경제가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50bp 인상도 상당한 움직임이라며 "서둘러 올렸다가 서둘러 내릴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연말까지 3.75~4%로 올려야 한다"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는 "지금의 2.25~2.5% 기준금리는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할 만큼 충분히 높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내 기본적인 생각은 인플레이션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지속적이라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오랫동안 높게 지속할 수 있는데 시장은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채권 시장이 (증시보다) 좀 더 바르게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의 인터뷰는 전반적으로는 매파적이지만, 모두가 한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연말 3.4% 수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지켜봐야 한다’라는 하커는 ‘4%까지 올려야 한다’라는 불러드보다 비둘기파적이었고 조지 총재는 그 사이쯤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간극은 투자자들에게 Fed가 지나치게 매파적이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을 줬습니다. 오늘도 하나의 기사가 월가에 퍼지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배런스는 '파월의 발언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것처럼 들릴 것으로 보는 네 가지 이유'(4 Reasons Powell Might Sound More Dovish Than Expected at Jackson Hol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월 의장의 연설이 매파적일 것이라는 데 대해 회의론이 있다"라고 썼습니다.
첫 번째, 잭슨홀 회의는 Fed의 중장기 정책의 발표 장소라는 것입니다. 2년 전 파월 의장은 새로운 정책 프레임워크인 평균물가목표제(AIT)를 공개했죠. 배런스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 결정에 있어) 데이터 의존도를 강조하려는 시기에 Fed 의장이 중요한 정책 뉴스로 시장을 놀라게 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 많은 투자자는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처음 언급했죠. 월가 일부는 이 메시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고 3주 뒤 회의록이 공개되면 더 매파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회의록에서 '속도 조절론'은 그대로 언급됐습니다. 배런스는 "Fed 지도부가 시장의 해석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는 단서"라면서 "그렇다면 파월도 이번 주에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9월 FOMC 전에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와 고용보고서 등 데이터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할 것 같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세 번째, 그림자 금리(Shadow rates)를 고려할 것이란 겁니다. 그림자 금리는 도이치뱅크가 자산 매입 등과 같은 비전통적 정책까지 반영해 추산하는 기준금리 수준으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이는 9월 50bp 인상을 가르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양적 긴축(QT)이 본격화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배런스는 "그동안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조용히 진행되던 QT가 9월에 더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은 Fed가 다음 달에 금리 인상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배런스는 또 지난 6월 회의에서 50bp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던 조지 총재가 이번 회의의 의제 설정을 돕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이미 매파적 연설이 주가에 반영됐다 △매파적이라는 예상으로 인해 연설에 대한 판단 기준이 낮아졌다. 매파적으로 해석되려면 매우 매파적이어야 할 것이다 △파월은 원래 비둘기다 △7월 FOMC 이후 나온 인플레이션 등 경제 지표가 시장 친화적이다 등등 희망적 관측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배런스는 '잭슨홀이 여름 랠리를 되살리는 방법'(How Jackson Hole Could Revive the Stock Market Rally)이라는 기사를 써서 더욱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고무적인 기술적 신호가 있다(S&P500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지 못했지만 원래 이 선을 넘어서려면 몇 번 시도해야 한다) △여름 랠리는 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파월이 이 메시지를 고수한다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잭슨홀 회의는 일반적으로 상승세를 촉진한다(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첫날 회의일을 기준으로 이후 1개월간 평균 0.5% 상승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보다 오는 9월 8일로 예정된 연설이 훨씬 중요하다"(지금 걱정할 건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8월 데이터가 없지만, 그때면 8월 고용보고서(9월 2일 발표)를 손에 쥐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오늘 발언했던 조지, 하커, 불러드 모두 9월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8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죠. 파월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98%, S&P500 지수는 1.41%, 나스닥은 1.67% 상승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연설이 끝나면 걱정이 해소되면서 눌려온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관측이 있었고, 미리 이런 상승세를 노린 선제적 매수 수요가 들어온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후반부터 일주일 이상 우울한 분위기가 눌려왔던 탓인지, 오늘은 모두가 행복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5일 동안 꾸준히 상승하던 미 국채 금리도 상승세를 멈췄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오후 5시께 7.5bp나 내려 3.031%를 기록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37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국채 입찰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응찰률이 2.65배에 달해 지난달(2.60배)보다 높아졌고 낙찰 금리는 3.13%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 3.158%보다 대폭 낮게 결정됐습니다. 지난 이틀간의 2년, 5년 채권 입찰 때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습니다. 전날 5년물의 낙찰 금리는 3.23%에 달했습니다. 달러 가치도 소폭 떨어졌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2%가량 내린 108.4를 기록했습니다. 유가도 하락하면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37달러(2.50%) 하락한 배럴당 92.5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변동성지수(VIX)는 1.04포인트(4.56%) 하락한 21.78에 거래됐습니다. 향후 24시간 이내에 큰 변동성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채 시장의 스프레드도 줄어들었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엇갈렸습니다. 엔비디아는 실망스러운 2분기 결과와 낮은 가이던스를 내놓았지만 4% 상승 마감했습니다. 미리 실적 악화를 경고한 뒤 주가가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AMD 마이크론 등 반도체주도 따라 올랐습니다. 세일즈포스의 실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3.39%나 내렸습니다. 펠로톤은 매출이 30% 감소했고 매출만큼이나 늘어난 적자를 신고한 뒤 18.3% 하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과 중국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독권에 관한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리바바가 7.97% 상승하는 등 중국 기술주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월가에는 여전히 파월 의장이 매파적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더 많습니다. UBS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노동 시장이 매우 빡빡하므로 파월이 더 비둘기 같은 태도를 보일 이유가 거의 없다. Fed가 경제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로 했다는 메시지가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초 매파들이 예상하는 것만큼 파월이 매파적이지 않더라도 매파적일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회의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오늘 인터뷰에서 '연말 4%까지 기준금리를 올린 뒤 내년에는 어떻게 할 거냐'라는 질문에 "매우 불안정한 환경이어서 다음이 무엇이 올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번스타인은 보고서에서 "만하임 중고차 지수를 보면 우리는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기 두 달 전에 있다. 만하임 지수는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로 하락하고 있고, 이는 곧 CPI 지수(전년 대비)에 하락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토니 파스콰필로 파트너는 "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궤적이 낮은 쪽으로 꺾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낙관론에 대한 근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근저를 잘 살펴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물가 압력이 마법처럼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주거비, 그리고 임금 압력은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은 특히 빡빡한 노동 시장으로 인한 임금 압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파월 의장은 과연 어떤 말을 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물론 중국 경제가 이런 부양책을 통해 금세 살아날 것으로 보는 월가 금융사는 많지 않습니다. 코로나 제로 정책 탓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인구의 자연 면역력이 부족하고 고령자의 예방 접종률이 여전히 낮은 상황에서 중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을 단기간에 철회하기는 어렵다. 통화 및 재정 정책을 포함한 전통적 부양 조치는 이러한 상황에서 덜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다소 제약을 받을 것으로 봤습니다. 재정 부양책도 이미 올해 지방정부의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등 선제 집행하고 있는데, 올해 추가 부양책은 내년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어쨌든 뉴욕 증시는 오전 9시 30분 0.1~0.6%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개장 전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는 연율 -0.6%로 속보치(-0.9%)보다 개선됐습니다. 미국의 GDP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 등 3단계로 발표됩니다. 또 국내 총소득(GDI)은 2분기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언스트앤드영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간단히 말해서 경제는 냉각되고 있지만, GDP가 나타내는 것만큼 빠르지는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머케터스센터에 따르면 1950년대 이래 경제 침체는 마이너스 GDI가 동반됐습니다. 간단히 말해 2분기 미국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또 전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4만3000건으로 전주보다 2000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예상치 25만5000건을 밑돌았지만 4주 이동평균 24만7000건과 비슷합니다. 지난 7월 초 이래 수치는 25만 건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라스무센은 "Fed가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이 6월 중순부터 랠리를 벌였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라며 "이날 수치는 Fed 추가 긴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연착륙 가능성도 커졌다"라고 중립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무엇보다 투자자 관심은 내일 아침 10시(한국시간 26일 밤 11시)로 예정된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에 쏠려 있습니다. 전날부터 잭슨홀에 모인 Fed 인사들이 줄줄이 언론 인터뷰에 나오고 있습니다. 잭슨홀 회의를 주최하는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의 에스더 조지 총재는 “Fed가 경제에 부담을 줄 정도로 금리를 올리지 못했고, 해야 할 일이 남았다. 금리가 4%를 상회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감축의 조합을 지켜보면서 경제가 어떻게 적응하는지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필라델피아 연은의 패트릭 하커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를 웃도는 수준까지 인상하고, 한동안 그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리가 3.4%를 넘어서면 경제가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50bp 인상도 상당한 움직임이라며 "서둘러 올렸다가 서둘러 내릴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제임스 불러드 총재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 연말까지 3.75~4%로 올려야 한다"라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그는 "지금의 2.25~2.5% 기준금리는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할 만큼 충분히 높지 않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내 기본적인 생각은 인플레이션이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지속적이라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오랫동안 높게 지속할 수 있는데 시장은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채권 시장이 (증시보다) 좀 더 바르게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의 인터뷰는 전반적으로는 매파적이지만, 모두가 한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연말 3.4% 수준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지켜봐야 한다’라는 하커는 ‘4%까지 올려야 한다’라는 불러드보다 비둘기파적이었고 조지 총재는 그 사이쯤으로 평가됩니다. 이런 간극은 투자자들에게 Fed가 지나치게 매파적이지는 않을 것이란 희망을 줬습니다. 오늘도 하나의 기사가 월가에 퍼지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배런스는 '파월의 발언이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것처럼 들릴 것으로 보는 네 가지 이유'(4 Reasons Powell Might Sound More Dovish Than Expected at Jackson Hol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월 의장의 연설이 매파적일 것이라는 데 대해 회의론이 있다"라고 썼습니다.
첫 번째, 잭슨홀 회의는 Fed의 중장기 정책의 발표 장소라는 것입니다. 2년 전 파월 의장은 새로운 정책 프레임워크인 평균물가목표제(AIT)를 공개했죠. 배런스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정책 결정에 있어) 데이터 의존도를 강조하려는 시기에 Fed 의장이 중요한 정책 뉴스로 시장을 놀라게 할 것 같지는 않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 많은 투자자는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을 처음 언급했죠. 월가 일부는 이 메시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고 3주 뒤 회의록이 공개되면 더 매파적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회의록에서 '속도 조절론'은 그대로 언급됐습니다. 배런스는 "Fed 지도부가 시장의 해석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는 단서"라면서 "그렇다면 파월도 이번 주에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9월 FOMC 전에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와 고용보고서 등 데이터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할 것 같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세 번째, 그림자 금리(Shadow rates)를 고려할 것이란 겁니다. 그림자 금리는 도이치뱅크가 자산 매입 등과 같은 비전통적 정책까지 반영해 추산하는 기준금리 수준으로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를 넘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이는 9월 50bp 인상을 가르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여건이 충분히 긴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 양적 긴축(QT)이 본격화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배런스는 "그동안 예상보다 느린 속도로 조용히 진행되던 QT가 9월에 더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사실은 Fed가 다음 달에 금리 인상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배런스는 또 지난 6월 회의에서 50bp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던 조지 총재가 이번 회의의 의제 설정을 돕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이미 매파적 연설이 주가에 반영됐다 △매파적이라는 예상으로 인해 연설에 대한 판단 기준이 낮아졌다. 매파적으로 해석되려면 매우 매파적이어야 할 것이다 △파월은 원래 비둘기다 △7월 FOMC 이후 나온 인플레이션 등 경제 지표가 시장 친화적이다 등등 희망적 관측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배런스는 '잭슨홀이 여름 랠리를 되살리는 방법'(How Jackson Hole Could Revive the Stock Market Rally)이라는 기사를 써서 더욱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고무적인 기술적 신호가 있다(S&P500 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지 못했지만 원래 이 선을 넘어서려면 몇 번 시도해야 한다) △여름 랠리는 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파월이 이 메시지를 고수한다면 주가는 더 오를 수 있다 △잭슨홀 회의는 일반적으로 상승세를 촉진한다(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첫날 회의일을 기준으로 이후 1개월간 평균 0.5% 상승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파월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보다 오는 9월 8일로 예정된 연설이 훨씬 중요하다"(지금 걱정할 건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은 8월 데이터가 없지만, 그때면 8월 고용보고서(9월 2일 발표)를 손에 쥐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오늘 발언했던 조지, 하커, 불러드 모두 9월 금리 인상 폭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8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이죠. 파월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수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98%, S&P500 지수는 1.41%, 나스닥은 1.67% 상승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연설이 끝나면 걱정이 해소되면서 눌려온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관측이 있었고, 미리 이런 상승세를 노린 선제적 매수 수요가 들어온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후반부터 일주일 이상 우울한 분위기가 눌려왔던 탓인지, 오늘은 모두가 행복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 5일 동안 꾸준히 상승하던 미 국채 금리도 상승세를 멈췄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오후 5시께 7.5bp나 내려 3.031%를 기록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370억 달러 규모의 7년물 국채 입찰도 성공적이었습니다. 응찰률이 2.65배에 달해 지난달(2.60배)보다 높아졌고 낙찰 금리는 3.13%로 발행 당시 시장 금리(WI) 3.158%보다 대폭 낮게 결정됐습니다. 지난 이틀간의 2년, 5년 채권 입찰 때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습니다. 전날 5년물의 낙찰 금리는 3.23%에 달했습니다. 달러 가치도 소폭 떨어졌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2%가량 내린 108.4를 기록했습니다. 유가도 하락하면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37달러(2.50%) 하락한 배럴당 92.52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변동성지수(VIX)는 1.04포인트(4.56%) 하락한 21.78에 거래됐습니다. 향후 24시간 이내에 큰 변동성이 발생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채 시장의 스프레드도 줄어들었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엇갈렸습니다. 엔비디아는 실망스러운 2분기 결과와 낮은 가이던스를 내놓았지만 4% 상승 마감했습니다. 미리 실적 악화를 경고한 뒤 주가가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AMD 마이크론 등 반도체주도 따라 올랐습니다. 세일즈포스의 실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3.39%나 내렸습니다. 펠로톤은 매출이 30% 감소했고 매출만큼이나 늘어난 적자를 신고한 뒤 18.3% 하락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과 중국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감독권에 관한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하면서 알리바바가 7.97% 상승하는 등 중국 기술주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월가에는 여전히 파월 의장이 매파적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더 많습니다. UBS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노동 시장이 매우 빡빡하므로 파월이 더 비둘기 같은 태도를 보일 이유가 거의 없다. Fed가 경제 성장을 희생하더라도 물가 안정을 회복하기로 했다는 메시지가 계속되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초 매파들이 예상하는 것만큼 파월이 매파적이지 않더라도 매파적일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회의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불러드 총재는 오늘 인터뷰에서 '연말 4%까지 기준금리를 올린 뒤 내년에는 어떻게 할 거냐'라는 질문에 "매우 불안정한 환경이어서 다음이 무엇이 올지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번스타인은 보고서에서 "만하임 중고차 지수를 보면 우리는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기 두 달 전에 있다. 만하임 지수는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로 하락하고 있고, 이는 곧 CPI 지수(전년 대비)에 하락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내려오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토니 파스콰필로 파트너는 "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궤적이 낮은 쪽으로 꺾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낙관론에 대한 근거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근저를 잘 살펴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물가 압력이 마법처럼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주거비, 그리고 임금 압력은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은 특히 빡빡한 노동 시장으로 인한 임금 압력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파월 의장은 과연 어떤 말을 할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