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떼 수사에 포렌식까지…중대재해 검찰 송치 빨라졌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이후 관할 검찰청까지 송치되는 '송치 기간'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사망사고 628건의 송치기간은 평균 128일이었지만,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17건에서 평균 84일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약 45일이나 감소한 것이다.

송치란 특별사법경찰권이 있는 고용부 감독관들이 수사에 착수한 후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할 때 검사가 기소할 수 있도록 사건을 넘기는 것을 의미한다. 송치 기간이 짧을수록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단시간 내에 확보했다는 뜻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선 두갈래 해석이 제기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까지는 사업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웬만한 대형 재해가 아닌 이상 담당 감독관 혼자서 증거 수집 등 수사를 도맡았다"며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는 광역수사과 등이 구성되면서 기획수사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디지털 포렌식 등을 동원해 증거를 확보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벌떼 수사는 물론 진보한 수사 기법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는 게 용이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중대재해 담당 기구인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으로 전문성이 강화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면 이중 구조라는 중대재해법 특성 탓에 경영책임자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검찰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기소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검찰의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수사 및 기소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는 124건이며, 이중 기소의견 송치까지 이어진 사건은 17건이다.

송치사건은 적지만 송치가 되는 사건의 처리는 빠르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4월 근로자 16명이 급성중독에 걸려 1호 기소의견 송치 사건의 오명을 쓴 두성산업 사건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송치까지 불과 54일이 걸렸다. 고용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사업주가 중대재해법 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을 시인하는 등 혐의 입증이 비교적 확실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17일 평택의 자원순환시설에서 발생한 폭발 사망사고에서도 인화성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곳에서 용접 작업을 벌인 정황이 드러나자, 사건 발생일로부터 기소까지 불과 31일이 소요됐다.

이에 대해서는 법 시행 이후 혐의 입증의 어려움을 체감한 검찰이 경영책임자의 법 위반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산업안전감독관은 "검수완박 이후 노동 사건에 대한 검찰의 관심이 커졌다"며 "수사 지휘나 보강 수사 지시도 늘어나는 등 사건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영진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수사의 전문성에 대해 국민의 기대가 매우 높다"고 언급하며 "노동부의 중대재해 사건 수사 전문성 강화를 통해 노사가 수용할 수 있는 근로환경 조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