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건너뛰고 부산항으로 가자"…'일본 패싱' 가속화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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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만 경쟁력 20년 최저 수준
글로벌 물동량 느는데 일본만 감소
컨테이너선 정체로 부산항서 '일본 패싱'
美시장 점유율 1%대..1년새 2계단↓
'항만 경쟁력 약화↔ 제조업 쇠퇴' 악순환
글로벌 물동량 느는데 일본만 감소
컨테이너선 정체로 부산항서 '일본 패싱'
美시장 점유율 1%대..1년새 2계단↓
'항만 경쟁력 약화↔ 제조업 쇠퇴' 악순환
국제 허브 항만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에 밀린 일본의 항만 경쟁력이 2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항만 경쟁력 약화가 제조업 경쟁력 저하를 불러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항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2021년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오사카, 고베항 등 일본의 5대 주요 항구에 기항한 외항 컨테이너선은 약 2만척으로 1년 전보다 8%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12% 줄었다. 올해 1~4월도 약 5000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어 3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 조사회사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주요 10개국에서 미국으로 향한 컨테이너 숫자는 2052만개로 2019년보다 25% 증가했다.
반면 일본에서 미국을 향한 컨테이너는 16% 감소했다. 전체 수송량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1%대로 떨어지면서 2019년 7위였던 순위가 2년새 9위까지 떨어졌다. 2011년 이후 중국과 한국이 1~2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베트남이 일본을 누르고 3위로 올라섰다. 일본을 찾는 컨테이너선이 줄어든 건 세계적인 해운 물류난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과 중국의 주요 항구에서 많을 때는 100척이 넘는 컨테이너선이 입항하지 못하는 대정체가 벌어지고 있다.
해운사는 예정된 기항지를 건너 뛰지 않으면 운항 스케줄을 맞출 수 없는 상황. 동아시아에서 해운사의 선택지는 한국 부산항과 중국 상하이항, 그리고 일본의 주요 항구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과 중국의 세계적인 허브 항구가 존재감을 유지하다보니 일본은 '패싱 후보지'가 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2017년 일본 해운 '빅3' 니혼유센과 미쓰이OSK라인스, 가와사키기센 등 3사가 싱가포르에 컨테이너선 사업 합작회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설립하면서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 직항편이 더욱 줄었다.
작년말 ONE은 일본과 미국 동해안을 오가는 직항편을 폐지했다. 코로나19 이후 선박이 부족한데다 일본은 주요항이 도쿄, 나고야, 고베 등으로 흩어져 있어 집하에 드는 수고가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일본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수습돼도 일본~미국 직항편은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데카르트데이터마인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에서 미국을 향한 화물 가운데 직항편을 이용한 비율은 61%로 1년새 10%포인트 하락했다. 나머지 39%는 다른 나라 항구를 경유하는 환적에 의존했다. 일본의 환적수요 대부분을 한국과 싱가포르가 흡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제 해운사들의 일본 외면은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최근 "환적 화물의 증가가 제품의 주문에서 발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장기화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한 대형 정밀기계 업체는 "한국 부산항에서 환적하면 적어도 2~3일이 더 걸린다"며 "경쟁상대인 한국과 중국기업과 물류 측면에서 대등한 조건을 보증받지 못하는 건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항만 경쟁력은 버블(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오랜 기간 떨어져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운산업의 '일본 패싱'이 가속화하면서 제조업의 지위도 한층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1년 도쿄, 요코하마, 나고야, 오사카, 고베항 등 일본의 5대 주요 항구에 기항한 외항 컨테이너선은 약 2만척으로 1년 전보다 8%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12% 줄었다. 올해 1~4월도 약 5000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어 3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미국 조사회사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주요 10개국에서 미국으로 향한 컨테이너 숫자는 2052만개로 2019년보다 25% 증가했다.
반면 일본에서 미국을 향한 컨테이너는 16% 감소했다. 전체 수송량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점유율이 1%대로 떨어지면서 2019년 7위였던 순위가 2년새 9위까지 떨어졌다. 2011년 이후 중국과 한국이 1~2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베트남이 일본을 누르고 3위로 올라섰다. 일본을 찾는 컨테이너선이 줄어든 건 세계적인 해운 물류난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미국과 중국의 주요 항구에서 많을 때는 100척이 넘는 컨테이너선이 입항하지 못하는 대정체가 벌어지고 있다.
해운사는 예정된 기항지를 건너 뛰지 않으면 운항 스케줄을 맞출 수 없는 상황. 동아시아에서 해운사의 선택지는 한국 부산항과 중국 상하이항, 그리고 일본의 주요 항구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과 중국의 세계적인 허브 항구가 존재감을 유지하다보니 일본은 '패싱 후보지'가 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2017년 일본 해운 '빅3' 니혼유센과 미쓰이OSK라인스, 가와사키기센 등 3사가 싱가포르에 컨테이너선 사업 합작회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설립하면서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 직항편이 더욱 줄었다.
작년말 ONE은 일본과 미국 동해안을 오가는 직항편을 폐지했다. 코로나19 이후 선박이 부족한데다 일본은 주요항이 도쿄, 나고야, 고베 등으로 흩어져 있어 집하에 드는 수고가 많이 든다는 이유였다. 일본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수습돼도 일본~미국 직항편은 재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데카르트데이터마인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에서 미국을 향한 화물 가운데 직항편을 이용한 비율은 61%로 1년새 10%포인트 하락했다. 나머지 39%는 다른 나라 항구를 경유하는 환적에 의존했다. 일본의 환적수요 대부분을 한국과 싱가포르가 흡수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제 해운사들의 일본 외면은 일본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본 재무성은 최근 "환적 화물의 증가가 제품의 주문에서 발주까지 걸리는 시간을 장기화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리스크가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한 대형 정밀기계 업체는 "한국 부산항에서 환적하면 적어도 2~3일이 더 걸린다"며 "경쟁상대인 한국과 중국기업과 물류 측면에서 대등한 조건을 보증받지 못하는 건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항만 경쟁력은 버블(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오랜 기간 떨어져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해운산업의 '일본 패싱'이 가속화하면서 제조업의 지위도 한층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