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로 전국적으로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와중에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중)은 오르고 있다. 매매가 하락세에 전세가격이 오르면 ‘깡통전세’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 소도시뿐 아니라 서울시도 ‘주의보’를 발령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 광양으로 85.7%를 기록했다. 이어 경북 포항 83.7%, 충남 당진·전남 목포 83.5%, 충남 서산 82.8%, 강원 춘천 82% 순이었다. 모두 같은 달 전국의 평균 전세가율 68.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통상 전세가율이 80~90%에 달하면 깡통전세 위험 물건으로 분류한다.

서울에서도 연립 다세대를 중심으로 90%가 넘는 전세가율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전월세 임대차시장 정보에 따르면 지난 기준 6월 연립 다세대 신규 계약 전세가율 평균은 87.5%에 달했다. 특히 강서구(96%), 양천구(91.9%), 금천구(91.2%) 등은 전세가율이 90%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빌라가 많은 강서구가 전국 최고 수준의 전세가율을 기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강서구 화곡동 소재 A공인 관계자는 “투기 수요로 인해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지 않다”며 “자금이 부족한 신축 빌라 소유주는 세입 희망자가 전세보증금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할 경우 이자를 대신 내준다는 제안까지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4279억원으로, 전년 동기(3066억원)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시도 특단의 대책을 고심 중이다. 시가 운영하는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전문인력 9명을 배치해 보증금 분쟁조정 상담을 하고 있다. ‘전월세 정보몽땅’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집 주소를 입력하면 감정평가를 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대차법 여파로 전세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매매가가 떨어지면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