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난도…7년 만에 '오버파 우승자'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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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한화 클래식
‘2년차 무명’ 홍지원, 1오버파로 메이저서 생애 첫 승
깊은 러프에 무너진 프로들
폭 15m '개미허리' 페어웨이
홍지원 '안정적 플레이' 빛나
‘2년차 무명’ 홍지원, 1오버파로 메이저서 생애 첫 승
깊은 러프에 무너진 프로들
폭 15m '개미허리' 페어웨이
홍지원 '안정적 플레이' 빛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내고도 우승한 선수가 7년 만에 나왔다. 주인공은 데뷔 2년 차인 홍지원(22)이다. 홍지원은 28일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파72·6777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메이저 대회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한 그는 2위 박민지(5오버파·24)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페어웨이와 러프, 그린까지 피해갈 곳이 하나도 없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김인경(34)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여기(한화클래식)를 먼저 뛰고 미국 메이저대회에 갔어야 했나 싶다”고 말했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의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코스 난도가 높다는 의미다.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한 게 깊은 러프다. 이번 대회 시작 전까지 조직위원회가 최대 120㎜까지 길러 놓은 러프는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더 자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따르면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들의 평균 러프 길이는 최대 3인치(7.62㎝)였다. LPGA투어보다 러프가 더 깊었다는 얘기다. 박성현이 2015년 오버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릴 때 당시 대회장이던 청라 베어즈베스트 러프 길이가 80㎜ 정도였다. 7년간 선수들의 기량이 월등히 성장했지만, 1.5배 더 깊은 러프 길이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러프가 깊다 보니 공을 찾는 게 일이었다. 대회 조직위는 시작을 앞두고 24명의 포어캐디를 고용했다. 이후 16명 더 늘려 총 42명의 포어캐디를 코스 곳곳에 배치했다. 이들이 한 일은 대부분 러프에 빠진 공을 찾는 일이었다. 유해란(21)은 “러프에 들어가면 보기로 막겠다고 마음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페어웨이는 ‘개미허리’처럼 좁고 얇았다. 대회 조직위 측에 따르면 평균 폭은 15m. 일반 대회의 페어웨이 폭(약 25m)보다 절반 가까이 좁았다. 한 선수는 “드라이버 샷이 웨지 정도의 정확성을 지녀야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올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 81.1%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지한솔(26)이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안착률은 58.9%에 그쳤다.
그린 위에 올라가도 문제였다. 이번 대회의 나흘 평균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미터 기준 3.7m. 일반 대회에선 2m대 후반에서 3m대 초반 정도로 세팅된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그 이상으로 그린 스피드를 올렸다는 건 대회가 끝난 뒤 골프장 문 닫고 보수할 각오를 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번주 전까지 두 시즌 동안 47개 대회에서 2억6392만원의 상금을 번 게 고작이던 홍지원은 이 대회 우승 상금으로 2억5200만원을 받았다. 82위였던 상금랭킹을 단숨에 20위(3억931만원)로 끌어올려 2025년 시즌까지 시드를 확보했다.
2·3라운드에서 무려 8타를 잃고 무너졌던 ‘1인자’ 박민지는 최종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날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5오버파 293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1억5400만원의 ‘우승급’ 상금을 챙기면서 상금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7년 만에 ‘오버파 스코어’ 우승자
이 대회 전까지 KLPGA투어의 ‘오버파 스코어 우승자’는 2000년대 이후 통틀어 일곱 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특히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가면서 오버파 우승 스코어는 ‘잊혀진 기록’처럼 여겨졌다. 가장 최근 기록이 2015년 KLPGA투어 메이저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1오버파로 우승한 박성현(29)이었다.이번 대회는 페어웨이와 러프, 그린까지 피해갈 곳이 하나도 없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김인경(34)은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여기(한화클래식)를 먼저 뛰고 미국 메이저대회에 갔어야 했나 싶다”고 말했다. LPGA투어 메이저대회의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을 정도로 코스 난도가 높다는 의미다.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한 게 깊은 러프다. 이번 대회 시작 전까지 조직위원회가 최대 120㎜까지 길러 놓은 러프는 라운드를 거듭하면서 더 자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따르면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들의 평균 러프 길이는 최대 3인치(7.62㎝)였다. LPGA투어보다 러프가 더 깊었다는 얘기다. 박성현이 2015년 오버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릴 때 당시 대회장이던 청라 베어즈베스트 러프 길이가 80㎜ 정도였다. 7년간 선수들의 기량이 월등히 성장했지만, 1.5배 더 깊은 러프 길이를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러프가 깊다 보니 공을 찾는 게 일이었다. 대회 조직위는 시작을 앞두고 24명의 포어캐디를 고용했다. 이후 16명 더 늘려 총 42명의 포어캐디를 코스 곳곳에 배치했다. 이들이 한 일은 대부분 러프에 빠진 공을 찾는 일이었다. 유해란(21)은 “러프에 들어가면 보기로 막겠다고 마음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페어웨이는 ‘개미허리’처럼 좁고 얇았다. 대회 조직위 측에 따르면 평균 폭은 15m. 일반 대회의 페어웨이 폭(약 25m)보다 절반 가까이 좁았다. 한 선수는 “드라이버 샷이 웨지 정도의 정확성을 지녀야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올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 81.1%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지한솔(26)이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안착률은 58.9%에 그쳤다.
그린 위에 올라가도 문제였다. 이번 대회의 나흘 평균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미터 기준 3.7m. 일반 대회에선 2m대 후반에서 3m대 초반 정도로 세팅된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그 이상으로 그린 스피드를 올렸다는 건 대회가 끝난 뒤 골프장 문 닫고 보수할 각오를 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홍지원, 더블보기 없이 우승
이런 코스에서 홍지원은 이븐파 문턱까지 가는 플레이로 정상에 올랐다. 나흘 내내 한 번도 더블 보기 이상의 스코어를 적어내지 않은 것이 우승에 큰 보탬이 됐다.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그는 경쟁자들이 타수를 잃으며 무너지는 동안 17번홀(파4)까지 이븐파를 유지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선 약 2m 버디 퍼트를 남겨 이븐파로 돌아설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 퍼트가 종이 한 장 차이로 비껴가며 아쉽게 오버파 스코어로 경기를 마쳤다. 홍지원은 “이 순간을 꿈꾸며 어릴 때부터 골프를 쳐 왔다”며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이번주 전까지 두 시즌 동안 47개 대회에서 2억6392만원의 상금을 번 게 고작이던 홍지원은 이 대회 우승 상금으로 2억5200만원을 받았다. 82위였던 상금랭킹을 단숨에 20위(3억931만원)로 끌어올려 2025년 시즌까지 시드를 확보했다.
2·3라운드에서 무려 8타를 잃고 무너졌던 ‘1인자’ 박민지는 최종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날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합계 5오버파 293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1억5400만원의 ‘우승급’ 상금을 챙기면서 상금랭킹 1위를 굳게 지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