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동박(일렉포일) 제조 기업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 작업이 기로에 섰다. 유력 후보인 롯데케미칼과 매각 측 사이에 가격을 놓고 입장차가 커서다.

"3조 밑으론 안팔겠다"…일진머티리얼즈 매각 '기로'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은 자신의 보유 지분 53.3%의 매각가로 약 3조원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사실상 유일한 인수 후보인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19일 본입찰에서 2조원대 초중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입찰 이후에도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해 가격을 논의했지만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허 사장과 일진그룹 측이 “제값을 받지 못하면 굳이 급하게 팔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의 인수 의지는 적지 않은 편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전통 석유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킨다는 전략에 딱 맞아떨어지는 매물이기 때문이다. 동박은 자동차용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세계 동박시장의 13%를 점유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가 인수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 2~3위인 중국 경쟁사를 제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1위는 SKC가 인수한 SK넥실리스다.

롯데케미칼은 인수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고자 국내 은행 및 증권사 등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허 사장이 3조원의 가격을 고수하자 롯데도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허 사장의 요구 수준에 맞추려면 기존보다 최소 5000억원을 추가로 적어내야 한다. 게다가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처음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지난 5월 4조3000억원 규모에서 현재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53.3%를 3조원에 사들이는 건 과하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가격에 합의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자회사에 약 1조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스틱과의 관계도 껄끄러운 변수다. 스틱은 일진머티리얼즈의 해외 공장 증설과 관련한 동의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거래 성사 여부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공은 롯데그룹에 넘어간 상태”라며 “신 회장이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공격적인 베팅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