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25년 만에 처음 짓는 국내 공장인 경기 화성 전기차 공장이 노조 반대에 가로막혔다는 소식이다. 회사 측은 연산 10만 대 규모로 건립한 뒤 상황을 봐가며 증설할 계획이었지만, 노조가 처음부터 20만 대짜리로 지으라며 착공을 막아선 것이다. 전기차 무한경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노조의 몽니에 기아의 미래차 전략이 중대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화성 신공장은 ‘맞춤형 전기차’인 목적기반차량(PBV)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차량은 이동수단을 넘어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디바이스로 거듭날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이동 편의점, 이동 진료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차량이 PBV다. PBV는 특성상 상황과 수요에 따른 고객 맞춤형 생산이 중요하다. 기아가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전이 중요하다고 보고, 일단 10만 대로 설비투자를 잡은 이유다. 시장과 수요 파악도 안 된 상황에서 무턱대고 설비를 늘려놓고 보기는 힘들다.

기아 노사는 고용안정소위원회를 통해 신공장 건설 문제를 협의 중이었는데, 노조가 생산 규모와 부품 생산 외주화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시가 급한 회사 측은 노조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애초 화성 신공장 건립은 해외 공장 건설에 따른 국내 고용 위축을 우려한 노조를 의식해 내린 결정이었다. 노조가 앞장서 도와도 모자랄 판에 경영전략에까지 끼어들어 간섭하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세계 최강’ 소리를 듣는 한국 노조는 문재인 정부 5년간 무소불위의 힘을 키웠다.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등 노조 편들기 정책 속에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사측의 호소는 공허한 외침이 돼버렸다. 툭하면 점거에 폭력, 불법파업을 일삼는 강성 노조가 국내 기업을 해외로 등 떠민 측면이 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해 현대차의 해외 생산량이 15.4% 급증한 데 비해 국내는 0.1% 증가에 그친 것만 봐도 그렇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투자는 노사 모두의 생존이 달린 절박한 문제다. 노사가 힘을 합쳐 전력투구해도 시장을 선도하기는 쉽지 않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계획보다 두 배나 큰 공장을 지으라는 노조의 주장은 황당한 억지일 뿐이다. 제 밥그릇 걷어차는 것 같은 노조의 행패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