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이 이르면 29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러시아군이 장악한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에서는 이달 들어 교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모두 포격의 책임을 상대에 돌리며 IAEA의 시찰을 요구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 소식통을 인용해 IAEA 시찰단의 자포리자 원전 방문에 대한 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보도했다. 이르면 29일 방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정부와 각각 협상을 벌였다.

유럽 최대 규모인 6개 원자로를 갖춘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침공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전력의 약 20%를 공급했다. 이달 들어 자포리자 원전과 주변에서는 교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주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로고프는 27일 “자포리자 원전 부근 도시인 에네르호다르에 또다시 포격이 가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화재 탓에 발전소와 외부를 연결하는 4개 송전선 중 마지막 1개가 훼손돼 우크라이나 전력망에서 분리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송전선 훼손으로 원자로 냉각 시스템이 멈추고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날 뻔했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이 커지자 우크라이나 당국은 발전소 주변 35마일(56㎞)에 거주하는 주민 40만 명에게 요오드 알약을 배포하고 있다고 27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