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국 정부들이 다시 원자력발전에 눈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에너지 대란이 심각해지면서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원전 폐기를 주장하는 환경론자들은 비(非)인간적"이라며 올해 초에 이어 또 다시 원전 필요성을 주장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원자력발전소의 부활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반핵 정책을 철회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고수해 온 "원전 신·증설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최근 열린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행회의에서 "차세대 원전 개발·건설 등 여러 방안에 대해 연말까지 구체적으로 결론을 낼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현재 최장 60년인 원전의 가동시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또 당장 내년 전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원전 7기를 추가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영국에서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원전 부활이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지만, 원전 사고로 대재앙을 겪은 일본의 변화는 가장 놀랄 만한 전환점"며 "일본뿐 아니라 이웃나라 한국에서도 유권자들이 원전을 찬성하는 대통령을 선출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관련 기사에는 "일본이 돌아설 정도면 이제 미국과 유럽도 원전에 전향적일 필요가 있다" "유럽은 원전에 반대한 적이 없다. 탈(脫)원전을 주도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사진)만 반대했을 뿐" "메르켈은 여전히 Nein!(안돼!)라고 외치려나"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메르켈만 'Nein(안돼)!' 외친다"…다시 부는 글로벌 원전 바람
중국과 인도도 더 많은 원자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WN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약 24기가와트 용량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추가로 34기가와트짜리 원전 건설도 계획돼 있다. 인도에서도 최대 전력사업자 인도국영화력발전공사가 대규모 원자로 2기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도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의 정책분석가인 데이비드 헤스는 "그간의 오래된 탈원전 저항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영국, 미국 등 서방권 국가들이 원자로 증설이나 재가동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원전 르네상스'를 공표한 대표적인 나라다. 프랑스는 14기 신규 원자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벨기에는 올해 전쟁 이후 오는 2025년 폐쇄 예정이었던 원자로 2기를 2036년까지 가동되도록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도 최근 연립정부 일각에서 "올해 말 문닫기로 돼 있던 원자로 3기의 수명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3년 이후 13기 원자로가 폐쇄됐는데, 이는 천연가스 등 대체 에너지원이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유럽발 수요로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자 원자로 확대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통과시킨 미국의 기후법안에는 원자로를 계속 가동할 경우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여기엔 향후 10년간 약 300억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머스크 CEO는 지난 26일 트위터에 "원전을 반대하는 환경론자들은 반인간적이고 국가안보와 환경을 위태롭게 하는 미친 짓을 하는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올해 3월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도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잘 일어나지 않는 지역에서조차 원전을 없애자는 주장은 미친 것이나 다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