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리와 같은 CEO

사례1) 꼼꼼하고 치밀하지만 내성적인 정부사장이 CEO로 임명되었다. 첫 경영회의부터 자료의 오탈자를 지적하며, 방안 하나하나의 장단점과 대안에 대해 질문을 해서 1시간만에 끝나던회의가 4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자신의 목표는 국내 1위의 기업이 되겠다고 하며, 치밀한 목표와 계획 하에 완벽한 추진을 하라고 주문했다.

모든 본부는 물론 팀의 결정사항에 CEO가 개입했다. 본부장 중심의 경영회의에 중요 팀장들이 배석하였다. CEO는 직접 담당 팀장에게 질문을 했고, 답변이 불명확하면 그 자리에서 담당자를 불렀다. 자료 수집이 미흡하거나, 분석이나 진행 프로세스가 잘못되면 긴 질책이 이어졌다.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하였고, 항상 늦게 퇴근했다.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시간이 날 때 마다 팀을 방문하여 하고 있는 중점 과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사원 대표, 팀장들과 정례 간담회를 갖고 그 자리에서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을 했다. 실행 과제가 완벽하지 않으면 CEO의 수준을 통과할 수가 없었다. CEO는 회사의 모든 일을 자신이 알아야 하며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가득 차 있는 듯 보였다.

사례2) 김사장은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5년간 근무한 후, 중견기업 CEO로 스카우트 되었다. 원어민 수준과 같은 영어 능력, 뛰어난 분석력과 폭 넓은 시야, 글로벌 네트워크, 방대한 자료도 핵심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방향 제시와 결단력은 뛰어난 역량이었다. CEO로서 조직이 나아갈 비전과 방향을 정하고 3개년 중기 전략을 수립하였다. 높은 수준의 목표와 살인적인 일정 관리로 조직 이곳저곳에서 힘들다는 불만이 속출하였다. 일일 관리 체계를 만들어, 개인별 실행 과제, 추진 내용, 개인 및 1차 평가자 의견을 매일 작성하여 기록관리하도록 했다. 매일 기록된 내용을 중심으로 주 평가가 이루어졌다. 주 단위 성과가 종합되어 월 평가로 이어지는 시스템이다. 월별 점검, 피드백 면담을 통해 년간 평가가 되었다.

김사장은 조직을 이끌기 위해 2가지 원칙을 분명히 했다. 하나는 철저한 점검과 피드백이다. 사람은 선천적으로 게으른 존재이기 때문에 매일, 매주, 매월 점검과 피드백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하나는 중요한 프로젝트는 자신이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략기획팀이 있지만, 회사의 중요 전략과 추진계획은 김사장이 직접 추진했다. 일의 중요성을 알기에 누구에게 맡길 수 없고, 자신이 직접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사장이 온 후 3개월이 되지 않아 실적이 반토막이 났으며, 구성원의 사기는 바닥이 되었다. 이전에 보여주었던 신바람 문화는 사라졌다.
김사장 이전에는 생각 20%, 실행 80%의 기업이었다. 위기 상황에는 전 구성원이 몰입하여 집중력이 매우 높았었다. 김사장이 임명된 이후, 기존의 강점은 사라지고, 이제는 CEO가 다하겠지 하는 핑계 문화가 싹트게 되었다.

리더는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CEO는 수 많은 조직과 임직원을 대표하는 직책이다. CEO가 받는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의사결정 하나가 회사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리스크 관점에서 보면,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 하지만, 기업이 운영하며 시장과 고객의 니즈가 변한다. 경쟁사도 가만 있지 않는다. 리스크가 없을 수가 없다. 그 이상으로 변혁해야 한다. 기존의 경영철학이나 원칙, 일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일하는 방식, 업무 프로세스 진행 방법이 동일하다면 망할 수밖에 없다.
CEO가 개인적으로 높은 목표를 갖고 뛰어난 역량을 보유했다고 해도 회사 전체의 역량으로 승화되지 않으면 그 뛰어난 역량은 회사를 망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CEO는 조직과 개인의 역량을 성장시키고 성과로 이어지도록 이끌어내야 한다. 대기업이라면, 모든 임직원에게 동일한 관심과 지도를 할 수 없다.
임원 중에서 핵심 직책을 맡고 있는 임원에게 보다 더 집중해야 한다. 과감한 권한위임과 주도적이며 자율적으로 고심하고 결정하여 실행과 성과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CEO가 다하려 하면, 할 수도 없지만 CEO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된다.

CEO는 담당자가 아닙니다.

일의 성과는 높은 목표에 대한 철저한 목표관리에 의해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성과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 열정과 즐거움 그리고 도전과 성취감에서 더 창출될 수도 있다. 회사 전 조직이 하나가 되어 강해야 한다. CEO가 철저하게 업무를 챙기면, 밑의 임원들은 방향과 큰 그림을 고민하고 실행하기 보다는 업무에 잘못이 없는가 살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무엇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 알지를 못한다. 방향과 역할을 잃은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은 개인의 이기만 추구하게 된다. 리더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만 잘하는 담당자가 아니다. 담당자도 이렇게 일한다면 결코 성장하거나 관리자가 될 수 없다. 리더는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보다 길고 멀리 바라보면서, 내부 역량을 하나로 하는데 열정을 다하며 모범을 보이는 사람이다.
조직과 구성원으로부터 인정과 존경을 받으며 롤 모델로 간직되는 사람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