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의 서울 양재동 본사. 사진=한경DB
현대자동차·기아의 서울 양재동 본사. 사진=한경DB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의 '원픽'은 현대차였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 통과로 현대차의 전기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악재에도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이다. 증권가에선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한 가격 매력이 부각된데다 실적 기대감, 원화 약세 등의 요인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한 주간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 1위에 현대차(925억원)가 올랐다. 같은 기간 기아(537억원)는 6번째로 많이 담았다. 이달(1~26일) 전체로 보면 외국인은 현대차를 3번째로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업종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비수혜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다. 법안에는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 구매 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보조금 지급 대상을 미국 내 생산 차량으로 한정한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인플레 감축법안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투입되는 핵심 광물의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생산돼야 하고, 배터리 부품은 50% 이상 북미 생산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해당 법안은 중국 견제를 목적에 둔 조치로 풀이되지만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생산기지가 없는 현대차와 기아가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2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급하게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유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해당 법률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 완공 시점은 빨라야 2024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는데 수혜 대상이 되기까지 약 1년 반에서 2년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영향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IRA 최종 서명한 다음날인 지난 17일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3~4% 약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현대기아차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진단했다. 낙폭이 컸던 만큼 저가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란 전망이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플레 법안 발표 이후 양사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것은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최근 회복되는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현지 업체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불리한 환경"이라며 "배터리 관련해선 미국 업체들도 대응하기 쉽지 않은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달러 강세로 인해 원화로 환산했을 때 금액이 커지다 보니 외국인 입장에선 한국 주식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졌다"며 "이는 한국 주식 유입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최근의 주가 하락, 차량용 반도체난 회복에 따른 판매량 증가, 3~4분기 실적, 환율 효과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대차를 선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오전 10시 57분 현재 6000원(3.1%) 내린 18만7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기아도 1.65%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 영향에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린 영향이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2420선이 깨지기도 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