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철기 동국대학교 교수 페이스북 캡처
사진=이철기 동국대학교 교수 페이스북 캡처
이철기 동국대학교 교수가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학교에 제출한 '퇴직교원 정부포상 포기 확인서'가 온라인에서 화제다.

이 교수는 27일 페이스북에 이달 말 퇴임 소식과 함께 퇴직교원 정부포상 포기 확인서 사진을 게시했다. 자필로 포기 사유를 남긴 이 교수는 "더 훌륭한 일을 하고도 포상을 못 받는 분들이 많은데 교수로서 온 갖 사회적 혜택을 누리고도 교육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음에도 포상을 받는 것이 송구스럽다"며 "신임 대통령 윤석열의 이름으로 포상을 받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적었다.

이 교수는 "교직자와 공무원이 정년을 하면 년수에 따라 훈포장을 준다. 안 받겠다고 하니, 자필로 사유를 적어내야 한다"며 "훈포장은 국가의 이름으로 주는 것이긴 하지만, 윤석열의 이름이 들어간 증서를 받는 것은 제 자존심과 양심상 너무 치욕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조선총독에게 무엇을 받는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출생인 이철기 교수는 1977년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후 1993년 8월 동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통일협회 정책위원장과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했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후보로 인천 연수구에 출마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동국대 관계자는 "이 교수의 정부포상 포기 확인서를 접수해 교육부에 보냈고, 본인 의사에 따라 포기가 가능해 포상은 없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철기 교수 페이스북 글 전문

동국대학교 이철기 교수입니다.
제가 근 10동안 사회활동과 SNS 활동을 해오지 않아서, 그동안 소식과 안부인사를 드리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이번 8월 말로 동국대학교를 정년퇴임하게 돼, 페북으로라도 인사를 올려야 될 것 같아 펜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시고 아낌 없는 격려를 주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어쭙잖게 정치하겠다고 나섰을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시고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 분들께, 제대로 감사의 말씀도 전하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입니다.
또 혹시 저의 불찰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정치학 전공책을 모두 버렸습니다.
평생을 정치학을 해왔으니, 이제는 전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져보려 합니다.
문화인류학이나 고고학, 언어학 같은 전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적 지식을 쌓아보고 싶습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여행을 실컷 다니려 합니다.

교직자와 공무원이 정년을 하면 년수에 따라 훈포장을 줍니다.
안 받겠다고 하니, 자필로 사유를 적어내야 한다네요.
훈포장은 국가의 이름으로 주는 것이긴 하지만, 윤석열의 이름이 들어간 증서를 받는 것은 제 자존심과 양심상 너무 치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치 조선총독에게 무엇을 받는 기분...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