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2017년~2021년) 에서 호반, 대방, 중흥, 우미, 제일 등 5개 건설사가 ‘벌떼입찰’로 총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이 낙찰받은 건설사는 호반건설로 18필지(5개 건설사 낙찰택지 중 26.8%)에 달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1회계연도 결산심사 전체회의'를 앞둔 2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국토교통부 질의를 앞두고 미리 준비한 자료였다.

벌떼입찰이란 위장 계열사를 대거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수법을 뜻한다. 한 필지당 수백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공공택지 청약은 건설업계에서는 ‘수퍼 로또’로 불릴 만큼 관심이 높다.

5곳 건설사가 ‘벌떼입찰’로 낙찰받은 필지를 살펴보면, 호반건설사가 18필지(26.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우미건설 17필지(25.3%), 대방건설 14필지(20.8%), 중흥건설 11필지(16.4%), 제일건설 7필지(10.4%) 순이다.

호반건설 등 주요 건설사가 ‘벌떼입찰’을 통해 LH 공공택지 당첨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거느린 계열사를 통한 IP 물량 공격 때문이다. 주요 5대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를 보면, △호반 36개, △중흥 47개, △대방 43개, △우미 41개, △제일 19개로 총 186개나 된다. 이는, 최근 3년간 LH공공택지 당첨업체 101개사 보다도 많은 숫자다.

국토부와 LH가 최근 3년간 공공택지 당첨업체 총 101개사에 대해 실시한 '벌떼입찰 특별점검 주요 적발 내용'을 살펴보면 ‘택지 청약 시 동일 IP 사용 문제와 주요 5대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 수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택지 청약 시 동일 IP 사용 문제는 한 건설사 직원이 한 개의 컴퓨터에서 자기 계열사로 수십 번 청약을 신청했다는 건데. 당연히 계열사 수가 많은 건설사가 유리한 시스템을 이용한 것이다.

강 의원은 "계열사를 통한 IP 물량 공격이라는 기울어진 청약 제도로 인해 공공주택을 낙찰받은‘벌떼입찰’ 건설사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하였고, 이는 지난 10년간 업계 순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호반건설은 업계 순위 13위(2012년 32위)로 성장, ‘벌떼 입찰’ 건설사 중 순위가 가장 높았고, 중흥건설은 17위(2012년 347위)로 순위상승이 가장 높이 올랐다.

강 의원은 "근본적 문제는 국토부가 벌떼입찰 업체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다는 것"이이라며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답변자료를 살펴보면, 수년간 처벌과 조사 권한이 없어, 제도 개선만 했다는 답변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부가 수년간 처벌과 조사 권한이 없다는 변명으로 솜방망이식 제도 개선만 하는 동안 이들 업체는 무한 성장을 하였고, 건설 시장경제는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올해 LH가 특별점검 실시 결과, 최근 3년간 당첨업체 101개사 중 81개 업체가 문제가 있다고 국토부에 보고한 만큼 형식적 제도 개선이 아닌 복수계열사의 무더기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1사 1필지 등 확실한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국토부에 촉구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