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탐구

올 들어 고점 대비 30% 넘게 빠져…외국인 주도
과도한 피크아웃 우려 진단도…스크린 골프 예외
코로나 특수로 800억 넘게 현금 마련, 해외사업 등 확장
사진=골프존
사진=골프존
골프 산업의 호황은 끝났을까, 코로나 특수를 누리던 골프존 주가가 연초 고점 대비 30% 넘게 빠졌습니다. 골프 대중화로 매년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피크 아웃(성장 둔화) 우려 때문이죠. 그렇다고 기대에 못 미친 실적을 낸 것도 아닙니다. 골프존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골프존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일까요.

올해 들어 골프존 주가 하락은 외국인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장중 최고가(18만9900원)를 기록했던 지난 1월 14일 이후 전날까지 외국인 홀로 342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습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339억원, 108억원가량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32.1%에 달합니다.

골프 대중화 이끈 골프존…올해도 굿샷?

골프존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만 해도 수혜 종목이 아니었습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 6만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코로나 확산 이후 2만원대까지 주저앉기도 했죠. 밀폐된 스크린 골프장 특성상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망은 엇나갔습니다. 골프존을 찾는 고객들이 코로나19 시기에 더 늘어났기 때문이죠. 코로나19로 해외 골프 여행을 못 가는 골퍼들이 찾은 데다 신규 고객이 유입되면서 실적이 꾸준히 향상됐습니다. 스크린 골프장이 불특정 다수 속에서 소비되는 영화관, 헬스장과 달리 지인이나 가족 등 접촉자가 확연히 구분되는 덕에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이죠.
[마켓PRO] 골프존 '코로나 호황' 끝? 기관 담는 이유보니
더군다나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에 젊은 층이 뛰어들면서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했습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대거 늘어나면서 스크린 골프업체 골프존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2021년 기준 564만1000명으로 집계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469만6000명) 대비 20.1% 증가했습니다. 특히 2030세대 골프 인구가 전년 대비 35% 늘어난 115만명에 달해 젊은 층이 신규 고객으로 부각됐죠.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서 골프존은 코로나 특수를 누리게 됩니다. 스크린 골프장은 소득과 상관없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보 골퍼에겐 좋은 유인책이 됐기 때문이죠.

골프업종 피크아웃 우려…스크린 골프 상관없다?

문제는 최근 주가인데요. 연초 19만원 가까이 치솟았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2만8900원으로 32%가량 떨어진 상황. 골프존을 믿고 투자했던 주주들은 당황하고 있습니다. 산업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역대 실적까지 나오는 호황인데, 주가는 오히려 반대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최근 2년간 골프존의 실적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2019년 말 연결 기준 2470억원이던 매출액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2020년에는 298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데 이어 작년에는 4403억원을 달성했죠. 이 기간 영업이익도 322억원에서 515억원, 1076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통상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이후 시장에는 피크 아웃 우려가 나오기 마련이죠. 피크 아웃은 '정점을 찍고 하락 기미를 보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현상이나 가격의 상승세가 고점에 달한 뒤 상승세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피크 아웃은 주가가 최고점에 달했으며 상승 추진력을 잃었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됩니다. 하락을 목전에 둔 종목을 설명할 때 피크 아웃이 우려된다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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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호황을 누리는 골프존을 두고 피크 아웃이나 역성장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골프 산업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일부 있다"며 "증시 전체가 하락장인 상황에서 리오프닝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골프 수요가 늘고 국내 골프 인기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시장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골프존에 대한 피크 아웃 우려는 과도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골프장과 스크린 골프의 영역은 별개이기에, 만약 골프 산업이 둔화하더라도 골프존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설명이죠.

백준기 NH투자증권 연구원 "스크린 골프는 한국의 실내 놀이 문화"라며 "필드 골프 수요와 다르며 오히려 필드 골프 대비 저렴한 비용으로 양호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골프존은 보유현금 활용한 개발자 중심 연구개발(R&D)투자와 마케팅에 나서면서 높은 시장 점유율 유지하고 있다"고 봤죠.

실제로 골프존의 올 2분기 말 가맹점 수는 2028개로 집계, 처음으로 2000개를 넘겼습니다. 지난해 1분기 1500개 수준이었던 가맹점 수는 매 분기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4분기 연속 2000만 라운드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특수로 실탄 마련…이번엔 해외사업?

골프존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면서 현금 실탄도 충분히 쌓아뒀습니다. 올 상반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14억원에 달합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활발한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법인(GOLFZON America Inc.) 유상증자를 통해 202억원 투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미주시장의 공략하기 위한 실탄으로 활용되고 있죠.

올 들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도 꾀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골프장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 업체인 씨엠인포텍을 인수해 사명을 '골프존씨엠'으로 변경했습니다. 골프존은 곳간에 쌓아둔 현금으로 씨엠인포텍 지분 96%를, 총 149억원에 사들였습니다.

골프존 이번 인수로 골프 시스템 고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씨엠인포텍은 1999년 설립된 곳으로 골프장·레저 관련 ERP 시스템 개발에 집중해왔습니다. 골프존은 향후 스마트 주차관제·키오스크·오더·캐디 등의 시스템을 하나로 모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골프존은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4개 국가에서 해외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골프 매니지먼트 기업인 트룬과 손잡고 미국 실내 골프 엔터테인먼트 산업 확대에 나서고 있죠. 골프존의 올 상반기 해외 법인들의 총매출액은 2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했습니다. 전체 매출 중 해외 법인들의 실적 비중은 11.9%로 크진 않지만, 성장세가 가파릅니다.

고객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한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는 "젊은 층 유입 등 골프 산업의 구조적 변화로 스크린 골프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최근 골프 업종에 대한 피크 아웃 우려는 스크린 골프 사업을 영위하는 골프존과는 별개의 문제로 판단, 투자 주요 종목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피크 아웃을 해소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해외 법인들의 실적 성장률도 투자 포인트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골프존 프로필(8월29일 종가기준)
현재 주가:
12만8900원
PER(12개월 포워드): 6.46배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 1728억원
적정주가: 20만원(최근 3개월래 증권사 평균 목표가)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