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장관으로는 8년만의 몽골 방문…'전략적가치 부각' 협력 강화
중·러에 대한 의존도 줄이려는 몽골과 이해 맞아…한반도 문제도 논의
한국, 중·러에 낀 몽골에 손짓…'공급망·민주주의' 연대
박진 외교부 장관이 29일 몽골과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공급망을 비롯한 경제안보에 대한 협력과 인권·민주주의 등 가치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과 몽골은 작년 9월 화상정상회담을 하고 기존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등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지만, 최근의 국제정세와 맞물려 관계 강화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중 경쟁과 미러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그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 입장에선 몽골이 전통적 우호관계인 중국·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다면 상당한 힘이 될 수 있다.

몽골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치면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해 새삼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중국의 철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육상 무역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대외 관계 다변화에 대한 욕구가 크다.

몽골의 이런 상황을 잘 아는 중·러도 가만히 두고 보고만 있지는 않아 자연스레 각국의 몽골을 찾는 발걸음이 최근 부쩍 잦아졌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4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7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8월 연이어 몽골을 찾았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지난주 몽골을 방문한 뒤 방한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는 8년 만에 몽골을 찾은 박 장관의 이번 방문도 이런 흐름에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몽골에 두드러지게 힘을 쏟으면 중국의 강한 견제에 부닥칠 수 있어 한국이 몽골과의 관계에서 이른바 첨병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몽골 또한 한국을 '제3의 이웃'이라고 부르며 관계 증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한국과 몽골의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 뒤 공동회견에서 양국이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라고 강조하면서 연대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 중·러에 낀 몽골에 손짓…'공급망·민주주의' 연대
더구나 몽골은 지정학적 중요성에 더해 희토류 등 지하자원이 풍부해 공급망 재편 등 경제안보 관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자원무기화 우려가 없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인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한 몽골과의 협력 강화는 공급망 안정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양국이 이번 회담에서 공급망을 포함한 경제안보 분야 등에서 호혜적 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희소금속 협력센터'의 설립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르면 내년부터 가시화할 이 센터는 몽골 측이 부지를 제공하고 한국이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으로 시설을 짓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박 장관은 회담 뒤 회견에서 "첨단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위한 희토류와 배터리용 희소 금속과 같은 몽골에 풍부한 광물과 자원이 한국의 인프라와 기술과 결합해서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희소금속 협력센터'를 통해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반도 문제에서도 몽골은 주요한 협력 대상국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몽골에 있어서도 주요 관심사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 사태로 모스크바, 코로나19로 베이징 직항이 끊긴 상황에서 인천 직항은 몽골의 거의 유일한 대외 창구라고 할 수 있다"면서 "한반도 안정이 몽골에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몽골 측 전문가들이 전날 박진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북핵 문제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고 하면서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몽골은 또 남북 동시 수교국으로서 북한과도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배경이다.

/연합뉴스